'인구절벽'이면 탄소중립에 도움되는 거 아냐?

  • 임병선 기자
  • 2023.01.10 07:55
전동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진 독자 제공)/뉴스펭귄
전동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진 독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탄소중립 달성과 인구절벽 대처가 꼽힌다. 사람은 살면서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두 문제는 서로 관여한다. 이에 인구절벽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소 측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사회는 ‘인구절벽’을 향해 가고 있다. 2021년 통계청 발표 기준 합계출산율은 0.808명이다. 이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가 1명보다 한참 적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낮은 출산율이 계속되며 인구가 줄어들고, 극단적 고령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전문가는 한국의 고령화를 '초초초고령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이 연금, 일자리, 집값 등 사회 전반 구석구석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절벽을 향해 가는 한국, 인구절벽은 탄소배출량과 한국의 탄소중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그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했다. 인구학을 연구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파퓰레이션커넥션(Population Connection)은 전 세계 단위에서 탄소배출량과 인구 간 관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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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분석을 종합하면, 인구절벽은 한국 탄소중립에 미칠 영향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어 있는 놀이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비어 있는 놀이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낮은 출산율, '탄소중립'엔 도움 안돼

한국의 낮은 출산율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5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인구와 탄소에 관한 국내외 기존 연구들을 분석하고 그 기대에 대한 정답을 내놨다. 이 연구소는 전체적으로 보면 인구절벽이 한국의 탄소중립 달성과 탄소배출량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출산율에 의해 발생하는 인구 구성 변화는 크게 인구감소와 고령화다. 2가지 변화는 각각 탄소배출량에 미칠 영향이 다르다.

먼저 연구소 측이 분석한 인구 감소발 탄소배출량 영향을 살펴보면 한국사회가 곧 달성해야 할 탄소중립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소비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영향이 적은 이유는 인구 감소량이 2050년까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탄소중립의 목표인 2050년까지 한국 인구는 4736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2020년 대비 448만 명 감소한 것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기한인 2030년에는 5125만 명으로, 2020년 대비 59만 명 정도 감소한다.   

인구 감소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은 고령화다. 출산율이 낮으면 저연령자가 많이 태어나지 않는다. 반면 고령자는 사회에 남으면서 고연령자 구성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연구소 측은 고령화에 따라 탄소절감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 인구학자 에밀리오 자게니(Emilio Zagheni)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연령별 탄소배출량을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다 60세부터 낮아지기 시작한다.

김재혁 연세대 교수 등 연구진은 저출산 고령화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2020년 내놨다. 연구진은 65세 이상 인구가 1% 늘어날 때 이산화탄소 0.4%가 줄어들고, 14세 이상 인구가 1% 늘어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2%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 측은 “한국에서는 고령화로 10년 동안 245만 톤 정도가 감소한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0.38% 정도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밝혔다.

(사진 Emilio Zagheni)/뉴스펭귄
캘리포니아대 인구학자가 예측한 나이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소. 60세부터 낮아진다 (사진 Emilio Zagheni)/뉴스펭귄

한국에서는 극단적 고령화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줄겠지만,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다른 변수가 있다. 1~2인가구 확산과 지방소멸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되더라도 가구수가 늘어나면 탄소배출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발간된 ‘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1인가구 탄소배출량은 5인가구 1인 당 탄소배출량에 비해 3.7배 많다. 인구가 줄어든 지방은 대중교통이 열악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고, 집이나 건물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연구소 측은 "전체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의 증가와 지방의 급격한 쇠락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분야별 온실가스 수치들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미래의 지역을 어떻게 구상하고 만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탈성장이나 새로운 체제에 대한 담론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것은 이런 면에서 매우 희망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탈성장은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만 중시하기보다 성장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걸 우선시해야 한다는 담론이다.

 

어떤 인구절벽과 탄소중립 미래를 그릴 것인가  

미국 인구학 비영리단체 파퓰레이션커넥션의 분석은 '줄어든 인구의 양'보다는 '어떤 계층이 감소했나'가 탄소배출량에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

이 단체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2050년 최고점을 달성하고 2100년까지 71억 명으로 줄어든다면 탄소배출량은 41% 줄어든다. 이는 2100년까지 150억 명으로 증가했을 때와 비교한 수치다.

선진국은 인구성장이 더디거나 줄어들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 국가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산업규모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제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가 단순히 인구가 줄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부자국가일수록,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고 부국에 사는 미국인은 전 세계 인구 중 4%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전체의 17%에 달한다. 고소득 국가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탄소 절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1인 당 탄소배출량은 11.89톤으로 세계 20위다. 

미국의 대표적 대형 차량(사진 Pexels)/뉴스펭귄
미국의 대표적 대형 차량(사진 Pexels)/뉴스펭귄

단체 측은 미국, 호주,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람이 차드,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고성장 국가에 비해 200배 많은 탄소발자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극단 사이에 세계 75% 인구가 중간 소득층으로 존재하는 지역이 있다며, 해당 지역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생활수준과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 측은 “경제가 성장하는 경향을 바꾸지 않으면, 탄소배출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탈성장’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차드에 있는 한 마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차드에 있는 한 마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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