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재촉하는 패스트 패션으로 환경보호 캠페인?

  • 성은숙 기자
  • 2022.08.28 00:05

탑텐, 10주년 기념 환경보호 캠페인 티셔츠 출시 '우르르'
패스트 패션 폐기물 넘쳐나는데…

탑텐 'SAVE TOGETHER' 및 'SAVE THE OCEAN' 캠페인 티셔츠 일부(사진 탑텐 공식몰 '탑텐몰' 갈무리)/뉴스펭귄
탑텐 'SAVE TOGETHER' 및 'SAVE THE OCEAN' 캠페인 티셔츠 일부(사진 탑텐 공식몰 '탑텐몰' 갈무리)/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유명 SPA브랜드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패션 산업의 폐기물을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은 커녕 친환경 구호를 앞세워 의류의 과잉 생산 및 소비를 부추긴다며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성통상 SPA브랜드 탑텐은 브랜드 론칭 10주년 기념 '함께 지켜나가자(SAVE TOGETHER)' 등 환경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4월 자연환경·멸종위기 동물·바다정화 플로깅 및 해변 쓰레기 등을 테마로 티셔츠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4개 스타일의 면 티셔츠로 구성됐다.

 

환경파괴의 주범, 패스트 패션…"그야말로 순전한 그린워싱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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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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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상표 부착제 유통방식을 뜻하는 SPA는 생산·제조·유통·판매 등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저렴한 제품을 다양하고 빠르게,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특징이다. 패스트 패션이라도 부르기도 한다. 

'다품종 대량생산'의 대명사인 패스트 패션은 패션섬유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다양한 저품질·저가 의류 제품을 빠르게 많이 생산하면서 의류의 주기는 짧게 만들고, 폐기물은 늘어나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의 2019년 및 2020년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매년 1000억벌의 의류가 생산되지만, 새 의류로 재활용되는 건 겨우 1% 미만에 불과하다. 5벌의 의류가 생산될 때마다 3벌에 해당하는 옷이 매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셈이다. 맥킨지는 이로 인한 전 세계 연간 손실액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섬유 생산으로 인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2억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제선 항공편과 해상 선박이 배출하는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일찍이 환경운동단체와 활동가들은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비판했다.

스웨덴의 젊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패스트 패션은 전 세계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지역사회, 기후 및 생태계 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이고, 기후 중립적이고, 공정한 패션 산업으로 묘사되는 캠페인에 많은 돈을 지출하게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순전한 그린워싱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의류를 짧게 사용하고 버리는 경향이 지속불가능한 과잉 생산 및 과잉 소비 패턴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패스트 패션 산업을 규제해 2030년까지 종식시키겠다고 지난 3월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경쟁시장당국(CMA)이 영국 패스트 패션 브랜드 3곳(ASOS, Boohoo, Asda)의 그린워싱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들은 모호한 표현이나 부족하고 불명확한 정보 제공 등으로 자사 제품을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마케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CMA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친환경 마케팅 시행 지침인 '그린 클레임 코드'를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반드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탑텐측은"한국을 대표하는 SPA브랜드로서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한 예측 생산과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계속 해 나가고 있다"면서 "당사가 진행하고 있는 환경 캠페인은 일회성 마케팅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에 대한 표현이자 소통이며 소비자들과도 같은 공감을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탄소 생산 'USA코튼'…면은 정말 친환경이 될 수 있을까?

(사진 pixabay)/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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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탑텐이 이번 컬렉션 중 '세이브 디 오션' 캠페인 티셔츠 전 라인에 사용한 소재는 미국면화협회(CCI)의 코튼USA 인증을 받은 면섬유다.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이 면섬유는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되는 소재다.

탑텐측은 "USA코튼은 자연 친화적 농업방식으로 최소한의 물 사용량을 비롯 폐기물을 줄이는 저탄소 방식의 제조과정으로 코튼을 생산하다"며 "이는 탑텐이 캠페인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잘 부합되어 진행하고 있으며 소재 사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당시 미국면화협회 회장인 키스 루카스는 국내 경제전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면화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생산하는 친환경 제품"이라며 "순면제품 중 50% 이상 미국 면을 사용한 제품에 '미국 코튼마크'를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면화협회는 미국 원면 농가를 대상으로 한 '미국 코튼 트러스트 프로토콜(USCTP)'을 도입한 바 있다. 미국 코튼 트러스트 프로토콜(USCTP)은 면화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인증 기준에 대한 농장 단위 프로그램이다. 

코튼USA 인증 홈페이지는 USCTP에 대해 "수치화하고 검증 가능한 목표 및 측정을 제공하는 점을 포함해 토지 사용, 토양 탄소 함유, 물 관리,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효율 등 6가지의 지속가능성 지표에 따른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유일한 섬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USCTP는 최근 국제무역센터(ITC)의 글로벌 표준화 맵의 지속가능성 입증 섬유 부문에 공식 등록된 바 있다. 

그런데 천연섬유인 면섬유는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으로 이미 잘 알려졌다. 재배·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토양 및 수질 오염, 생물다양성 파괴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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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는 주로 넓은 경작지에서 단일하게 재배된다. 2018년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면화를 재배하는 곳은 전 세계 경작지의 3%에 그치지만, 그곳에는 전 세계 사용량의 24%에 해당하는 살충제와 11%를 차지하는 농약이 뿌려진다.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선 다량의 물도 필요하다. 때문에 오래된 목화 재배 지역에서는 사막화 현상이나 물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있는 아랄해(Aral Sea)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소련이 대규모 목화 농장을 운영하고자 아랄해로 흐르던 물줄기의 흐름을 바꾼 이후 아랄해의 수위는 계속 줄어들었다. 현재는 이전 수량의 약 10%만 남은데다 호수 바닥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목화를 면섬유로 만드는 가공하는 과정에도 많은 물이 쓰인다. 면 티셔츠 한 장에는 27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직물을 염색할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수년 간 화학비료·농약·제초제·살충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목화도 있긴 있다. 하지만 이 목화의 재배면적은 전 세계 목화 재배지 중 약 0.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조. 천연섬유 '목화솜'은 과연 친환경 작물일까?>

이에 탑텐측은 "당사는 지속적으로 오가닉소재, 리사이클소재(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 플리스), 친환경원사(옥수수 추출물을 통한 SORONA원사)을 사용한 제품을 확대·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물과 화학용품의 사용을 줄인 데님을 출시할 예정이며,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상품을 개발해 점진적으로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탑텐 관계자에 따르면 탑텐의 모회사 신성통상은 지난 3월 효성티앤씨와 친환경 제품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이 협약에 따라 탑텐은 효성티앤씨가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REGEN)'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탑텐은 이달 19일 서울시와도 이같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서울시에서 수거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재생섬유 '리젠 서울'로 친환경 의류를 제작할 계획이다. 

 

패스트 패션 이면의 집약체, 방글라데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패스트 패션 산업에는 환경오염 문제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얽혀있다.

탑텐의 이번 컬렉션 제품을 제조한 방글라데시는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 제2의 의류 수출 대국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약 5000개의 봉제공장이 있다. 고용 인구는 약 400만명이며, 직·간접 연결 인구는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나라 곳곳에 밀집한 의류공장에서는 인명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악의 사고는 지난 2013년 5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에 위치한 대규모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다. 당시 1200여명이 사망하고 2500여명이 다쳤다. 

바로 전인 2012년 11월에는 타즈린 의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여명이 죽었다. 2017년 7월에는 어느 의류공장 화재 사고로 1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올해 6월에도 항구도시 치타콩에 있는 컨테이너 보관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38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쳤다. 

비극적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가 대두됐지만,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업계 등의 이윤에 번번이 밀려나기 일쑤다.

탑텐측은 "신성통상은 방글라데시 봉제산업의 글로벌 인증기관 인증이 완료된 업체와 우선 거래하며, 상위 인증서를 보유한 공장들은 선정시 플러스 점수를 주는 등 현지 노동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라나 플라자 사태 이후 해외 의류 생산기지의 노동자 인권과 환경 지속성을 위해 글로벌 최고의 인증 기관들과 협업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재촉하는 패스트 패션의 대안, '슬로 패션'·'컨셔스 패션'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반성으로 '슬로 패션'이 등장했다. 이 용어는 2007년 영국 '지속가능 패션 센터'의 케이트 플레처(Kate Fletcher)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렌드를 쫓지 않고 패션을 천천히, 느리게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옷의 생산과 소비를 늦추는 것이다. 

지난 6월 창원특례시는 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자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패스트 패션, 이제 그만!'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옷 덜 사고, 오래 입는 습관 갖기 ▲새활용하기 ▲친환경 소재 옷 구매하기 등에 대해 알리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컨셔스 패션'이 있다. '의식 있는 패션 트렌드'라는 말로, 의류의 소재 선정·제조 공정·운송·보관·마케팅·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의류를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환경부·국가환경교육센터는 이달 4일 '환경지식사전' 카드뉴스를 제작해 컨셔스 패션의 의의와 사례,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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