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기후변화 시대의 식탁

  • 성은숙 기자
  • 2022.07.20 09:54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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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영국 격언 중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되 최선의 상황에 대한 희망을 놓지마라(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는 말이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위험요인을 확인하는 한편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농학자인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적색 경보'를 받은 인류가 미래의 식탁을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시대 이전 보다 1.1도 올랐다고 한다. 영국 <가디언>지 말을 빌리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지금은 매초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6개가 터지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지구에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인구는 곧 100억을 내다볼 정도다. 지구가 점점 뜨겁고 빽빽해질수록 기후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토양은 척박해지고, 병해충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태계가 바뀌면서 우리의 식탁도 변하고 있다.

남 소장은 이를 '인류 문명의 종말'이 아닌 '기후변화 시대'라고 한다. 그는 세계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지속될 것이며, 기후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종 다양성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태 농업 생산을 늘리기 위해 써먹었던 방법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탄소중립의 여정에서 태양광발전소만 만들 일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도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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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대한민국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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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소장은 자연 생태계 회복력이 상실됐음을 여러 번 확인한다. 숲을 베어내 농경지를 만들고, 생산성이 떨어진 토양에 더 많은 화학비료를 쏟아붓고, 병해충에 취약한 대규모 단일 재배를 늘리면서 다량의 농약을 쓰는 등 기존의 방법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되려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은 심해지고, 종 다양성은 감소하는 데 속도만 더할 뿐이라고 말한다. 가축사육도 마찬가지다.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빈도만 늘어나 식량 부족으로 약해진 사람들을 가장 먼저 무너지게 만들 뿐이다. 

남 소장은 기후위기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흙 속에 유기물을 축적해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병해충과 극한 기상에 강한 새로운 종자를 다양하게 도입하고, 정밀 농업을 통한 자원 효율성과 작물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 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해법, 글로벌 식량 공급망

(사진 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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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소장은 식량자급률에 기대는 기존의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보릿고개를 넘던 1970년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80%를 상회했고,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현재 북한의 식량자급률은 90%를 넘는다. 반면 식량자급률이 45%에 불과한 지금 우리나라는 비만을 걱정하고 있다. 식량자급률과 식생활의 질의 상관관계가 적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정말 식량위기에 처할 땐 국내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농업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때라고 한다. 글로벌 식량 공급망 위기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그때 말이다.

남 소장이 제시한 대안은 단순한 식량자급률 증대가 아니다. 그는 전 세계에 걸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식량 공급망에서 해법을 찾는다. 현지 가공 설비에 투자하는 등 식량 수입망을 다변화하고, 현지 농장 운영·수출용저장창고(곡물엘리베이터)확보 등 해외에서 직접 생산을 통해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 식량 생산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역량을 키울 것을 제안한다. 

 

 

음식 낭비는 '적게', 농업시설 투자는 '크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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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소장은 혁신적인 농업 기술이나 시설에 투자하는 방법보다 훨씬 쉬운 방법도 제안한다. 바로 식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음식 낭비를 줄이고, 농업시설 등을 지원하는 일이다. 식품 손실을 줄이면, 농산물의 생산성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으려고 생산한 모든 식품의 3분의 1(약 13억톤)이 매년 낭비된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다. 금전으로 수치화하면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그는 낭비되는 식품의 4분의 1만 줄여도 기아 선상에 있는 8억 명(인구의 약 10%) 이상에게 식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저장기간이 비교적 짧은 과일과 채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에 투자하면 식단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의 소득도 늘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말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겠지만, 기후가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이라고.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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