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O 기획기사] 기후위기는 곧 '식탁의 위기'로 찾아온다

  • 임병선 기자
  • 2021.01.01 08:00

 

2002년 그린피스가 포착한 말라위 기근 (사진 Greenpeace/Clive Shirley)/뉴스펭귄

지난해 말 세계기상기구(이하 WMO)는 '2020년 지구기후 잠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기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로, 이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식량위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WM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영양 부족(Undernourished)에 시달리는 인구는 6억 9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9%다. 조금 더 범위를 확장해 영양 부족 우려가 큰 계층을 합치면 약 7억 5000만 명, 총인구의 10%가량이 식량 위기(Food insecurity)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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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 원인은 다양하나 최근 기후변화가 식량 위기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로 선정된 20개국 중 12개국이 식량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중앙아메리카에 닥친 허리케인 에타(Eta)로 인해 5만 3000헥타르가 피해를 입었고, 연이어 찾아온 로타도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강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랍반도와 동아프리카는 사막 메뚜기떼 창궐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대표적으로 에티오피아만해도 20만 헥타르가 넘는 지역이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35만 6000t가량 곡식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뚜기떼 창궐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꼽힌다.

남아메리카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더 건조해진 날씨에 피해를 입어 왔는데, 올해에는 주기적으로 남아메리카 인근 바다 수온이 오르는 현상 '라니냐'가 발생하면서 문제는 가중됐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2020년과 2021년 사이 옥수수 생산량은 이전 년도에 비해 2억t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대비 5% 줄어든 수치다.

이전부터 식량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알려진 소말리아는 상황이 심각하다. 2020년 10월 기준 소말리아에서 최소한 음식에 의존하며 생존 중인 사람이 2020년 초에 비해 3배 정도로 늘어 350만 명이 됐다. 사막 메뚜기떼와 강 범람으로 인해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25%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지면서 위기는 가중됐다. 

식량 위기를 겪는 인구 중 5000만 명은 장마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과 코로나19 피해를 동시에 맞닥뜨린 상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간 화물 이동 제한이 내려지면서, 기후위기발 재난에 의해 발생한 식량 위기를 완화하는 데 각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부들에게 면대면으로 제공되던 기후위기 대처 농작물 컨설팅 서비스 등이 중단된 상태다.

메뚜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과 예멘에서는 메뚜기떼 방제를 위한 장비 이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은 중동에 접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 에리트레아를 가리키는 용어다.

또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의제로 다루는 국제기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식량 문제 완화를 위한 의견 교환이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공동성명을 내 식량 안보 악화에 관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케냐 으뮝기 지역에 발생한 메뚜기떼 사태 (사진 Paul Basweti/Greenpeace)/뉴스펭귄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는 소말리아와 같은 국가에 비해 경미한 수준이지만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여름 한반도를 찾았던 이상 기후 '긴 장마'로 인해 과일, 배추, 무, 사과 등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기후위기가 식량에 미치는 영향은 가까운 곳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식료품 가격은 생존에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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