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파업] “뭐해? 뛰어!”…'기후위기 대응, 국정 제1과제로' 요구한 청소년들

  • 최나영 기자
  • 2022.03.25 20:45

청소년기후행동, 윤 당선인 인수위에 서한 전달…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탈석탄 강력 추진 등 요구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기후파업'에 참가한 참가자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기후파업'에 참가한 참가자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과제 1순위로!”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구호를 외치자, 인도에 대열을 맞춰 앉은 사람들이 “뭐해? 뛰어!”라고 한목소리로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강력한 기후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 풍경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기후파업 행사를 진행했다. 기후파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학교에 결석하거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2019년 전 세계 1천600여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가하면서 처음 벌어졌다. 이번 기후파업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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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50명가량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제각각 판지‧종이상자 등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이 각자 만들어 온 손팻말에는 ‘앞으로의 5년 기후위기 골든타임’ ‘2030 탈석탄 절대지켜’ ‘기후위기 대응이 안보입니다’ ‘우리가 지켜본다’와 같은 문구가 노랑‧빨강‧분홍을 비롯해 여러 색깔로 적혀 있었다.

학교에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온 중학생,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활용해 손팻말을 만들어 온 청소년‧성인 자매, 대안학교 선생님‧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중학생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보였다. 소속돼 있는 국제학교가 방학 중이라 결석을 하거나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하지 못하고 와 오히려 아쉽다는 고등학생들도 보였다.

 

25일 청소년기후행동에 참여한 참가자의 손팻말.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25일 청소년기후행동에 참여한 참가자의 손팻말.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윤석열 당선인 임기 5년은 기후대응의 골든타임”

이날 기후파업에서 청소년들은 새롭게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과제 1순위로 둘 것’을 요구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 준 기후위기 인식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앞으로의 5년을 망쳐버린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며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재수립, 2030 탈석탄 강력 추진, 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윤 당선인의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공약을 우려하며 기후위기를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전으로는 기후대응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원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며 “불확실한 원전에만 기후위기 대응을 의존하는 것은 미래에 도박을 거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입시 때문에 머리 아픈데 기후위기 고민까지…화가 난다”

교복치마를 입고 참석한 고등학생 A씨는 이날 자유발언에서 “안 그래도 입시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우리가 기후위기 고민까지 다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젊은 층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화가 나서 지금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5년 안에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정책을 꼭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파업'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파업'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그는 “어른들은 20대, 30대를 우리보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왔을 것이다. 우리는 10대를 지금 이렇게 마스크 쓰고 지내고 있다”며 “우리가 왜 마스크를 끼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20살 B씨도 “이곳에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창 밖을 보니 미세먼지 때문에 정말 뿌옇더라”며 “그런데 그 앞에서는 크레인들이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어 상당히 모순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가 비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눈길을 돌린 채 막연한 희망만을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진짜 희망은 비극을 직시하는 것에서 나오니 이런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자유발언을 마친 뒤 인수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인근까지 행진했다. 그곳에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에 이와 같은 내용이 적힌 서한을 전달한 뒤 해산했다.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파업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25일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파업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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