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복원 2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어떻게 변했을까?

  • 임병선 기자
  • 2020.02.03 17:41
회색늑대 (사진 Pixabay)/뉴스펭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최상위 포식자 늑대가 돌아온 지 25년이 지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늑대 복원 25년을 기념해 관계자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들은 늑대 복원이 성공적이었으며 해당 지역의 생태계가 잘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옐로스톤 늑대 복원 프로젝트의 수석 야생 생태학자 더그 스미스(Doug Smith)는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 인간이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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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늑대는 미 대륙 쿠바에서 북극까지 분포한 종이었다. 그러나 1800년대 미국인들이 목축을 시작하면서 가축을 잡아먹는 늑대를 사냥하기 시작해 그 수가 급격히 줄었고, 1926년에는 옐로스톤 지역의 모든 늑대 무리가 사살됐다.
 
이후 70여 년 동안 옐로스톤 지역은 최상위 포식자를 잃으면서 초식동물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초식동물이 나무가 자라기도 전에 묘목을 먹어치우면서 연쇄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환경단체들이 옐로스톤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1995년, 캐나다에서 잡은 14마리 늑대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방생했다. 늑대들은 향수병을 앓기도 했으나 새로운 지역에 적응했고, 지난 25년 동안 옐로스톤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해 2014년에는 83마리가 집계됐다.

옐로스톤에서 포착된 늑대 (사진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 제공)/뉴스펭귄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늑대를 복원한 생태학자들은 옐로스톤이 회복중이며, 자연이 자가 치유할 수 있다는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반대한다.

늑대 복원을 수행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은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옐로스톤 지역의 엘크 수 감소 폭과 수목의 평균 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지역의 생태계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와이오밍주 어류 야생동물 관리국 협력 연구소(Wyoming Cooperative Fish and Wildlife Research Unit)의 매튜 카우프먼(Matthew Kaufman) 박사팀은 늑대를 도입한 것은 옐로스톤 생태계 복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이콜로지(Ecology)'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직접 측정한 수목의 높이 등 통계를 들어 가뭄이나 다른 포식자 등의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에 의해 한 번 망가진 생태계는 늑대를 다시 풀어놓는다고 급격하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생태학자인 오스왈드 슈미츠(Oswald J. Schmitz) 또한 "포식자가 중요할 수는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토종 늑대를 복원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최상위 포식자였던 표범, 늑대, 호랑이 등이 밀렵으로 멸종한 것이 한국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 원인이라며, 옐로스톤의 사례와 같이 최상위 포식자를 도입해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었다.

대전오월드에서 보호중인 한국 토종 늑대 (사진 대전오월드 제공)/뉴스펭귄

2020년 현재 토종 늑대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다. 방사된 늑대가 주변 민가를 습격하거나, 가축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한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그 추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은 2018년 1월 한겨레신문 '애니멀피플'에 연재한 칼럼을 통해 한국 토종 늑대 방사를 통한 생태계 복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상위 포식자가 없어 고라니와 멧돼지가 판치고 있는 우리나라 깊은 산 속에 늑대를 불러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에 늑대가 먹고 살 식량이 충분히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 후에 불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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