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침팬지·고릴라 '전쟁의 서막'

  • 이후림 기자
  • 2021.07.28 17:36
침팬지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평화롭던 두 종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오스나브뤼크 대학과 막스플랑그연구소 공동연구진은 가봉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 무리가 고릴라들을 공격해 죽이는 모습을 최초로 관찰했다고 밝혔다.

야생에서 평화롭게 지냈던 침팬지와 고릴라 두 종이 서로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는 모습은 이제껏 관찰된 바 없어 더욱 충격적이라는 연구진 반응이다. 야생 속 두 종은 같은 과일나무에서 사이좋게 열매를 먹고 장난을 치는 등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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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은 영토를 차지할 때 간혹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서로를 죽이는 등 치명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는다. 

침팬지는 침팬지끼리, 고릴라는 고릴라끼리 동족 간 싸움은 종종 벌어지지만 서로 다른 종과의 집단 싸움은 지금껏 포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45마리를 대상으로 그룹 구성, 사회적 관계, 이웃 그룹과 상호작용, 사냥 행동, 도구 사용, 의사소통 등을 관찰하던 중 이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주요 공격자는 성체 남성 침팬지였다.

로앙고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고릴라 (사진 로앙고국립공원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첫 충돌은 2019년 2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연구진은 침팬지 비명만을 듣고 이웃 침팬지 공동체와의 전형적인 싸움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관찰 결과 침팬지 27마리가 고릴라 5마리를 집단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장 52분 교전 끝에 새끼 고릴라 1마리가 어미와 떨어져 죽임을 당하고 침팬지 3마리가 다쳤다. 

두 번째 충돌은 같은 해 12월에 일어났다. 침팬지 27마리와 고릴라 7마리가 79분간 충돌해 새끼 고릴라 1마리가 죽었다. 죽은 새끼 고릴라를 성체 암컷 침팬지가 먹어 치우는 충격적인 모습도 포착됐다. 

어미 고릴라와 새끼 고릴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연구진은 이 같은 돌발 상황이 최근 기후위기에 따른 서식지 축소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내놨다. 서식지가 축소되면서 두 종간 식량 경쟁이 심화됐고 결국 치명적인 충돌까지 이어진 것.

한정된 먹이를 나눠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침팬지가 적대감을 가지고 고릴라 무리를 집단 공격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는 침팬지 존재가 고릴라 개체 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라며 "침팬지가 고릴라를 공격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충돌이 목격된 두 종은 서부고릴라와 침팬지로 각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과 '위기'(EN, Endangered) 단계에 처해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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