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 별량면 일원 무인도에서 저어새 번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번식지 대부분이 서해안 무인도서에 집중된 가운데 남해안에서 번식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만이 저어새의 주요 기착지이자 번식지로 기능하고 있음이 입증된 것으로 평가된다.
순천시와 (재)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하 추진단)은 2025년 수행한 ‘한국의 갯벌 물새류 정밀 번식 모니터링 용역’ 과정에서 저어새가 순천만 무인도서에서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저어새는 1995년 전 세계 개체군 약 400마리로 보고된 국제멸종위기종이다. 현재는 보전 활동으로 7000개체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IUCN 적색목록 VU(취약) 등급의 멸종위기종이다.
5~6년 여름철 꾸준히 관찰...지난 6월 산란과 육추 추정
저어새는 순천만 갯벌에서 드물게 보이다 최근 5~6년 여름철 꾸준히 관찰된 여름 철새다. 5월을 시작으로 보통 8~9월 가을 초입까지 약 30마리의 개체가 꾸준히 관찰돼왔다. 전문가들은 서양에서 번식 후 먹이 활동을 하다 순천만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번식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6월 모니터링 결과, 순천시 별량면의 한 무인도서에서 둥지 위에 자리한 모습이 관찰되며 번식을 시도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당 장소는 곰솔·칡·누리장나무 등이 분포하고 사람이 없는 무인도서로, 번식과 서식에 주요 방해요인이 없어 왜가리·중대백로 등 백로류와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번식하는 자연성 높은 섬이다.
순천만보전과 관계자는 “보통 우리나라에 오는 저어새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두 종류다. 순천만에는 노랑부리저어새가 80~90마리 월동하는데 모니터링 시 간혹 저어새가 한두 마리가 섞인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최근 5~6년 사이 여름철마다 저어새 무리가 나타났고, 올해 5~6월 산란과 육추 모습이 최초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번식과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무인도 가까운 곳에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갯벌이 있는 등 서식 요건에 적합하다고 판단돼 서식지를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 다양성의 풍부함을 확인한 것에 더해 완충 구역에 대한 제반요인이 제거되면서 해당 무인도서를 안전한 번식지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돼 전문가들도 유의미한 결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갯벌 주변 완충구역 관리 중요...서식지 보호 위한 주민 참여 절대적
순천만 갯벌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지역이자 멸종위기 철새의 중요 기착지로 알려진다.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순천만보전과에 따르면, 세계유산 등재 이후 가장 중요했던 것 중 하나가 갯벌 주변 완충구역 관리였다. 그 지역 대부분이 사유지이거나 섬이라 관리가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순천만 인근 40km 해안선에는 11개의 어촌이 있는데, 생태계 가치 보전에 대한 어촌계의 인식 수준이 종 보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관계자는 “해당 도서지역은 사람이 드나들지는 않지만 어민들이 다니는 구간으로 간혹 어민들이 들어갈 수는 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생태적 보호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보전에 동참을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흑두루미 보호도 마찬가지였지만,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지 보전에는 원주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생 조류가 현장에서 번식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20~30%로 낮다. 둥지를 만들어도 폭우나 파랑에 침식되거나 쓸려갈 수 있고 둥지를 지을 재료가 부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육추까지 성공한 건 희귀한 사례로 향후 서식지 보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행정과 지역 연계가 중요하다. 현재 시점에서는 내년 사업비가 확정된 상태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살피고, 중앙정부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검토하며 보전 사업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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