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새롭게 보고된 흙갈색덩이버섯.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국내에 새롭게 보고된 흙갈색덩이버섯.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한 줌의 흙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생물 세계가 드러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전국 토양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그동안 국내외 어디에도 보고된 적 없던 땅속 버섯 신종 후보가 141종 확인됐다. 국내 첫 서식 기록인 미기록종 후보 40종까지 더하면 총 181종의 보이지 않는 생물다양성이 새롭게 드러난 셈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전국 643개 조사 지점의 토양을 유전자 분석해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땅속 버섯 32속 181종의 유전자 정보를 새롭게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9년부터 서울대학교 임영운 교수팀과 함께 ‘자생 토양균류 종다양성 연구’를 추진하며 국내 토양 마이코바이옴을 분석해왔다. 지난해까지 확인된 국내 서식 균류는 총 4479종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181종의 유전자 정보 중 141종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적 없는 신종 후보로 분류됐다. 나머지 40종은 한국에서 최초로 서식 기록이 드러난 미기록종 후보다.

덩이버섯속 신종 18종 서식 확인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가 식재료로 알려진 송로버섯(트러플)이 포함된 ‘덩이버섯속’은 그동안 한국에서 3종만 보고됐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신종 18종이 서식이 새롭게 확인됐다. 토양 속에서만 자라는 덩이버섯류는 참나무·개암나무 뿌리와 공생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사진 속의 ‘흙갈색덩이버섯’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 서식이 처음 확인된 미기록종 후보로 중국에서 식재료로 활용되는 종이다.

식물과 공생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엘라포마이세스속에서도 새로운 다양성이 포착됐다. 연구진은 해당 속에서 신종 후보 18종, 미기록종 후보 6종을 확인했다. 이 균류는 소나무·전나무·삼나무 등 특정 수목과 공생하며 숲 생태계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균류다.

이번 연구는 토양 속에서 균사 형태로 존재하는 균류 집단의 DNA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양 마이코바이옴 분석을 통해 표면·자실체 관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균류 군집을 파악할 수 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 Microbiology’에 투고할 예정이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가 단위 토양균류 분석을 통해 땅속 버섯과 식물 공생균류의 분포를 체계적으로 확인했다”며 “향후 종 보전, 토양 생태계 관리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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