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테르 Nicolas Malarte] 수백 마리의 노란 병아리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분쇄기로 실려가는 곳이 있다. 작업자가 병아리 몇 마리를 마치 탁구공처럼 던지고, 다른 이는 긁개(라클렛)로 병아리를 밀쳐낸다.

병아리 이미지.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병아리 이미지.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프랑스 동물보호단체 L214가 10월 23일 위와 같은 모습을 공개했다. L214는 프랑스 서부 라 부아시에르 앙 가틴(La Boissiere-en-Gatine) 지역 보예 아쿠바주(Boye Accouvage) 부화장에서 병아리가 분쇄기로 투입되는 실태를 폭로했다.

이 단체는 매주 130만 개 이상의 알을 부화시킨다고 밝힌 이 부화장이 “심각한 학대와 잔혹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니오르(Niort) 법원 검찰청에 ‘중대한 동물 학대 및 학대 행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부화장 운영사의 모회사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육계 산업 연합체 Anvol의 대표 얀 네델렉(Yann Nedelec)은 “영상 속 행위는 명백히 부적절하며, 내부 절차를 위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L214가 이런 행위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육계 산업엔 여전히 합법”… 매년 수천만 마리 살처분

프랑스에서는 병아리 안락사가 여전히 일반적인 관행이다. 해마다 수많은 어린 닭들이 부화 후 며칠 만에 죽임을 당한다.

2022년 2월, 당시 장 카스텍스(Jean Castex) 정부는 식용 계란 생산용 부화장에서 부화 직후 병아리를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했다.

이 조치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육계 산업을 위한 부화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즉, 닭고기용 부화장에서는 여전히 병아리를 살처분할 수 있다. L214 조사국 베레니스 리오(Berenice Riaux)는 “대부분의 부화장은 계란용(산란계)과 육계용으로 분리돼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전국부화업자조합(SN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프랑스에는 112곳의 인공부화장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약 80곳이 2024년 현재 육계 산업에 병아리를 공급하고 있다.

“원치 않는 성별은 폐기”… 하루 수만 마리 살해 의혹

L214는 일부 농가가 “사육 효율성과 영양 관리 문제로 특정 성별 병아리만 주문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주문과 맞지 않는 성별의 병아리는 곧바로 살처분된다는 것이다. L214가 확보한 9월 23일자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부화장은 암컷 9만 7555마리, 수컷 2만 9852마리를 농가에 공급했으며,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수컷 6만 7704마리를 살처분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테레나 측은 “이 수치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Anvol의 네델렉 대표 역시 “병아리는 성별이 아니라 비정상 개체이기 때문에 폐기된다”며, “질병이나 기형 등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병아리만 제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락사 비율은 전체 부화 병아리의 약 1~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농업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프랑스에서 사육 및 도축된 닭은 7억7,100만 마리에 달한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한 해에 약 700만~1,000만 마리의 ‘비생존 병아리’가 안락사된 셈이다.

하지만 리오는 “안락사된 병아리 수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나 투명한 통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병아리는 오전에 부화하고, 몇 시간 뒤 바로 분쇄된다. 모든 과정이 외부의 시선에서 철저히 차단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산란계 산업도 예외 존재… “가스로 살처분 여전”

산란계 부화장에서도 안락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는 2023년 “독일과 함께 세계 최초로 수컷 병아리 분쇄를 금지한 국가”라고 자평했지만, 법령에는 여전히 예외 조항이 남아 있다.

2022년 11월 7일 공포된 시행령에 따르면,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병아리에 대해서는 가스 살처분이 허용된다. 이는 알 속에서 병아리의 성별을 미리 판별하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 때문으로 설명된다.

2023년부터 의무화된 ‘오보섹사주(ovosexage)’ 기술은 배아 단계에서 병아리의 성별을 미리 판별해, 수컷으로 확인된 알을 부화 전에 폐기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갈색 알(브라운 에그) 생산용 닭에는 적용되지만, 흰색 알을 낳는 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흰색 알은 주로 가공식품·급식용으로 사용되며, 전체 산란계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흰색 알 부화 병아리의 가스 살처분은 여전히 합법적이다. L214는 “이 예외는 계란 산업 단체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CNPO(프랑스 계란 산업 협회)는 과거 “기술적으로 흰색 알에 오보섹사주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리오는 “현재는 모든 색의 알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 존재한다”며 반박했다.

그는 네덜란드 기업 Vencomatic Group이 개발한 MRI(자기공명영상)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을 예로 들며 “이 기술로는 어떤 색의 알도 성별 판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용 논란 속 대안 ‘있지만 먼 길’

동물보호단체들은 “계란 산업뿐 아니라 육계 산업 전반으로 오보섹사주 기술을 확대하고, 병아리 살처분 자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22년부터 산란계 산업 전체에서 수컷 병아리 살처분을 금지했다. 현지에서는 분광분석(spectroscopie)이나 호르몬 분석법을 활용해 성별을 판별한다. 그러나 업계는 매번 “비용이 과도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2년 ‘프랑스 르랑스(France Relance)’ 프로그램을 통해 CNPO와 협약을 맺고, 오보섹사주 기술 개발에 1,050만 유로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전 산업에 도입할 경우, 매년 약 4,000만 유로의 운영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L214는 “이제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병아리 살처분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이미 부분적 조치를 시행했지만, L214는 “모든 유럽 국가와 모든 병아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0월 2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업무계획에는 동물복지 개선 관련 항목이 포함되지 않아, 단체의 기대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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