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골프장에 연간 227톤의 ‘농약폭탄’이 ‘투하’되는 가운데, '친환경' 또는 '녹색경영' 평가를 받은 골프장 중 일부는 되레 농약살포량이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골프장의 93%에서 토양 또는 수생태계에 농약이 잔류하고 있어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뉴스펭귄>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의원(진보당)과 함께 이른바 친환경골프장의 농약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사용량이 많았다.
농약 총사용량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은 '친환경' 골프장?
지난 4월, 국내 한 여행매체가 발표한‘친환경 골프장 베스트 TOP 20'에는 서울과 수도권 골퍼들에게 인기 많은 경기도 포천의 베어크리크GC가 1위에 올랐다. 이 매체는 전문가와 골퍼들을 대상으로 자연친화력과 친환경 이행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베어크리크GC는 자연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친환경 이행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2위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CC, 3위는 경기 안산 더헤븐, 4위는 강원 문막 센추리21, 5위는 경기 가평 크리스탈밸리다.
하지만 친환경 골프장이라는 타이틀은 '농약사용량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다. 농약 사용량 자료 분석 결과, 베어크리크GC는 2023년 기준 전국 골프장 평균보다 3배 가까운 농약을 사용(총 성분량 기준)했다. 연간 총사용량은 1162kg, 1헥타르(ha)당 살포량은 8.39kg에 달한다. 면적당 사용량도 평균보다 많다.
친환경 골프장 5곳 농약사용량, 면적당 사용량
| 골프장 | 위치 | 총사용량 | 면적당 사용량 |
| 베어크리크GC | 경기 포천시 화현면 | 1162kg | 8.39kg |
| 우정힐스CC | 충남 천안시 동남구 | 217kg | 4.37kg |
| 더헤븐 | 2023년 자료 없음 | - | - |
|
센추리21(대중제) 21CC, 21CC2 취합시 |
강원 원주시 문막읍 (3곳 주소 같음) |
204kg 845kg |
8,21kg 14.08kg |
| 크리스탈밸리 | 경기 가평군 상면 | 552kg | 10.92kg |
(빨간색은 전체 평균 이상 사용. 면적당 사용량은 1ha기준)
우정힐스는 연간 총 사용량(217kg)과 면적당 사용량(4.37kg/ha)에서 전국 평균보다 각각 절반, 4분의1에 불과하다. 센추리21(대중제)도 총사용량 204kg으로 평균보다 50% 가까이 적은 농약을 썼다.
다만 센추리21은 같은 주소(원주시 문막읍)에 센추리21CC, 센추리21CC2, 센추리21대중제 등 3곳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 3곳의 농약 총사용량을 모두 더하면 845kg 규모로 다른 골프장 한곳당 평균 사용량의 2배가 넘는다. 3곳 모두를 더해 계산한 면적당 사용량(14.08kg/ha) 역시 전체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이 조사에서 5위에 오른 경기 가평 크리스탈밸리는 연간 살포량(552kg)과 면적당 사용량(10.92kg/ha)이 평균보다 많았다.
과거 녹색경영 골프장도 최근 농약 사용량은 평균 이상
언론사나 기업이 아닌 정부 선정 친환경 골프장에서도 이런 사례는 관찰된다. 2012년 환경부는 친환경 녹색경영 골프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녹색경영골프장 시상식'을 열어 ▲인천시 영종도의 스카이72(현 클럽72) ▲경기도 여주시 캐슬파인, ▲안성시 안성베네스트 ▲베어크리크 ▲경기도 용인시 레이크힐스용인 등을 선정했다.
10여 년이 지난 2023년 기준, 이들 골프장 농약사용량은 대부분 평균보다 높다. 스카이72(클럽72)는 최근 5년간 누적 농약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연평균 사용량이 1톤이 넘는다. 안성베네스트 골프클럽은 800kg, 레이크힐스용인은 780kg을 각각 사용했다. 모두 연 평균 사용량의 2배 규모다. 당시 녹색경영 골프장으로 선정된 5곳 중 캐슬파인GC만 303kg의 농약을 사용해 평균을 밑돌았다.
면적당 사용량을 봐도 베어크리크GC는 물론이고 안성베네스트(8.26kg/ha) 역시 전체 평균보다 많았다. 총 사용량이 가장 많은 클럽72는 골프장 면적이 넓어 면적당 사용량(13.75kg/ha)은 베어크리크보다 낮았지만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캐슬파인만 면적당 사용량(6.22kg/ha)과 총 사용량 모두 평균보다 낮다.
과거 환경 관리가 우수한 골프장으로 선정됐으나 최근 농약사용량이 평균보다 많은 곳 사례는 더 확인된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우수사업장'(2014년)으로 선정된 바 있는 남원상록골프장은 2023년 기준 연간 807kg의 농약을 사용해 평균의 2배를 뿌렸다. 면적당 사용량은 12.17kg/ha로 평균보다 약 71%가량 많았다.
경주 블루원디아너스CC를 운영하는 블루원은 2023년 ‘국민 생활안정 부문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환경보존 등 사회적 책임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기업을 포상한다는 취지다. 블루원디아너스는 2023년 기준 680kg을 사용해 평균 대비 약 70% 정도 더 사용했다. 면적당 사용량은 8.14(kg/ha)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평균을 웃도는 규모다.
녹색경영, 환경관리우수 선정 골프장 2023년 농약 사용량
| 골프장 | 위치 | 총사용량 | 면적당 사용량 |
| 클럽72(스카이72) | 인천 중구 운서동 | 3515kg | 13.75kg |
| 캐슬파인 | 경기 여주시 강천면 | 303kg | 6.22kg |
| 안성베네스트 | 경기 안성시 금광면 | 800kg | 8.26kg |
| 베어크리크GC | 경기 포천시 화현면 | 1162kg | 8.39kg |
| 레이크힐스용인 | 경기 용인시 처인구 | 780kg | 7.43kg |
| 남원상록골프장 | 전북 남원시 대산면 | 807kg | 12.17kg |
| 블루원디아너스 | 경북 경주시 천군동 | 680kg | 8.14kg |
(빨간색은 전체 평균 이상 사용. 면적당 사용량은 1ha기준)
자연친화 내세운 골프장도 복수의 잔류농약 검출
환경부 등은 1년에 2차례 전국 골프장 잔류농약 검출 유무를 확인한다. 각 골프장 토양과 수질에서 27종의 성분 검출 유무를 기준으로 검사하는데, 검출된 양이 아닌 잔류 유무를 확인한다. 본지가 해당 자료를 확인한 결과, 앞서 언급한 '친환경 골프장 베스트 TOP'에 선정된 골프장 중 2023년 기준 자료 확인이 가능한 4곳 모두에서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1위로 뽑혔던 베어크리크GC는 2023년 기준 토양과 수질 모두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토양에서는 4가지 성분, 수질에서는 5가지 성분이 검출됐다. 이 골프장은 2023년에는 37가지 성분, 2022년에도 37가지 성분의 농약을 사용한 바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568개 골프장에서 평균 36.3개 성분의 농약을 사용했으므로 이는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과 함께 농약사용량이 평균을 웃돌았던 '친환경' 골프장 크리스탈밸리는 땅에서 5종, 물에서는 2종이 검출됐다.
잔류농약은 농약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골프장에서도 검출됐다. 우정힐스는 토양에서 6가지 성분, 수질에서 5가지 성분의 잔류농약이 나왔고, 센추리21에서는 토양에서 3가지, 수질에서 4가지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과거 '녹색경영' 골프장으로 선정돼 상을 받은 곳도 마찬가지다. 클럽72는 7종(토양 1종, 수질 1종)의 잔류농약이 검출됐고 안성베네스트도 7종(토양 4종, 수질 3종)이 검출됐다. 레이크힐스 용인은 3종(토양 1종, 수질 1종)의 성분이 남아있었다. 당시 선정된 녹색경영골프장 TOP 5 중 유일하게 농약 사용량이 전체 평균을 밑돌았던 캐슬파인GC에서도 수질에서 잔류농약 성분 1가지가 검출됐다.
전국 골프장의 93%에서 잔류농약 검출
잔류농약은 대한민국 골프장 거의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2023년 기준 전국 568곳의 골프장 중 527곳에서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92.8%에 달하는 숫자로 매우 높은 비율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비율이 전년도인 2022년 대비 개선된 숫자라는 점이다. 2022년에는 전국 555곳 중 525곳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돼 발견 비율이 94.5%에 이른다. 게다가 이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든 숫자다. 앞서 2021년에는 546곳 중 522곳(95.6%)에서 검출됐다. 이렇듯 2년 연속 비율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92%를 웃돈다.
잔류농약 검출 골프장 비율이 늘어난 시기는 코로나19 시기와 일부 겹친다. 1년 전인 2020년에는 잔류농약 검출 골프장 비율이 89.8%였고 2019년은 82.1%였다. 국민들의 야외 레저활동 등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2021년을 기점으로 잔류농약 검출 비율 역시 늘어난 셈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허용 기준치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물환경보전법 제61조에 따르면 골프장을 설치·관리하는 자는 골프장의 잔디 및 수목 등에 맹독성 또는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면 안 된다. 다만, 수목의 해충전염병 등의 방제를 위하여 관할 행정기관의 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용량이나 잔류농약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 기준치는 현재 없다. 전국 527곳 골프장에서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맹독성 또는 고독성이 아니어서 따로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부 "농진청과 함께 안전 사용 등에 관한 내용 꾸준히 협의 중“
환경부는 골프장 사용 농약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주 사용하는 성분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현재 골프장 외에는 농약 사용량 조사를 매년 꼼꼼하게 진행하는 시설이 없으며 안전사용 기준 등에 관한 내용도 유관 부서와 수시로 소통하며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3일 "많이 사용하는 성분 중심으로, 위해성이 높거나 반감기가 긴 성분 등을 함께 고려해 27종에 대한 잔류성분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지금은 제도상 허용하고 있지만 향후 금지품목으로 등재되거나 달라지는 점이 있으면 참고하기 위해 꾸준히 확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맹·고독성 농약이 아니면 검출되어도 문제가 없는' 현 제도에 대한 지적에는 "맹고독성 농약은 농촌진흥청에서 사용 등록 자체를 안 해주고 있으며, 해당 성분이 사용되지 않도록 만드는 역할을 농진청에서 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부와 농진청이 자료를 수시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회의 등을 통해 안전사용 여부에 관한 부분을 상호 검토·협조해왔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잔류농약 성분 검출은 농약 사용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검출 여부만으로 관리 실태 전반을 종합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혜경 의원은 “골프장 살포 농약의 잔류량 허용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위해성 우려 등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양과 수질 내 잔류하는 농약 성분의 생물학적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골프장 사용 농약 및 잔류 성분은 물론이고 잔류량 관련 규제 정책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568개 골프장(2023년말 기준)에서 해마다 230톤 가까운 농약을 살포한다. 살균제와 살충제는 물론, 잔디 색감을 유지하는 착색제, 농약 흡착력을 높이는 전착제까지, 가히 ‘농약폭탄’이다. 골프 내장객들이 4~5시간 머무는 필드에 이렇게 많은 농약이 살포돼도 괜찮은 걸까? 골프장 주변 토양과 수질 그리고 생태계는 지금 안전할까? 이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갈등은 어디까지 왔을까?
<뉴스펭귄>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진보당·비례대표)의원실과 함께 최근 5년간 전국 골프장 농약 사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 사용이 금지된 고위험 성분의 실태를 추적했다. 농약 관련 위반 사례와 이를 둘러싼 주민 분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과 제도 개선 방향도 모색했다. 국내 골프장 농약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1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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