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 등 해외에서 금지된 농약 성분 일부가 국내 골프장에서 여전히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장소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본지 DB)/뉴스펭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해외에서 금지된 농약 성분 일부가 국내 골프장에서 여전히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장소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본지 DB)/뉴스펭귄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해외에서 금지된 농약 성분 일부가 국내 골프장에서 여전히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골프장에서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살균제 ‘클로로탈로닐’은 EU에서 6년 전부터 사용을 금지했고 일본에서는 2027년 재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골프장의 잔류농약 기준과 사용량 허용기준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얼마든지 마구잡이로 뿌릴 수 있다. 골프장 농약 관련 제재 및 독성 관리 기준이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정혜경 의원(진보당·비례대표)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통해 확보한 골프장 살포 농약 성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200여 개 골프장 사용 농약 성분에는 클로로탈로닐, 이프로디온 등 해외 금지 농약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대한골프협회의 한국골프지표 조사 기준 국내 골프 인구가 624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인구 12%가 해외 금지 농약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금지했지만 국내 사용량 많은 농약 성분 10>

순서 구분 성분명 금지국가 이유 국내사용량
1 살균제 클로로탈로닐 EU 발암성, 환경독성 31379
2 살균제 테부코나졸 EU 일부 사용제한 내분비계 교란성 20976
3 살균제 이프로디온 EU 발암성, 생식독성 11723
4 살균제 만코제브 EU 발암성, 내분비계 교란, 환경잔류 7052
5 살균제 아족시스트로빈 EU 사용제한 토양 수계 잔류 우려 5884
6 살충제 이미다클로프리드 EU, 프랑스 곤충 집단 폐사, 생태계 우려 3158
7 살충제 다이아지논 미국, EU 신경독성, 환경위해성 2776
8 살충제 카보설판 EU, 미국, 인도 신경독성, 환경위해성 2441
9 살충제 에포프로포스 EU, 캐나다, 호주 신경독성 1218
10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오스트리아 법안 통과 발암성, 생태계교란 579

(2023년 기준. 단위: kg)

 

안전성 논란 ‘클로로탈로닐’, EU는 2019년부터 '전면 금지'

국내 골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클로로탈로닐, 이프로디온, 다이아지논, 카보설판과 같은 성분들은 발암성, 내분비계 교란, 신경독성, 환경위해성 등의 문제로 EU 등에서는 골프장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사용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살균제 ‘클로로탈로닐’의 경우 해외에서는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되며 사용이 아예 금지된 약품으로 국내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품목이다. 일본에서는 2027년 재평가가 예정돼 있다. 

해당 성분은 DDT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 살균제로 어류의 DNA를 손상하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EU는 지하수 오염을 통한 식수원 오염 가능성을 지적하며 2019년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저렴한 가격 대비 효과라는 가성비를 장점으로 4년 연속 사용량 1위다. 관계부처에서는 “발암 물질 등 인체 유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안전성 재평가와 사용 금지 등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농약 독성과 환경 영향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인 국가독성과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관련 부처에서는 노출 수준을 바탕으로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클로로탈로닐의 경우 최근 해외에서 제기된 위해성 정보와 국제 규제 동향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서도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해 본지 취재 결과, 국내 골프장 농약을 관할하는 환경부와 농촌진흥청이 해당 성분에 대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 있다. 환경부와 농촌진흥청은 최근 협의회를 진행했으며 심의 후 오는 12월 안전사용기준 관련, 과거 무제한으로 사용가능했던 횟수를 6회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으로 법안을 고시할 예정이다. 

발암성, 신경독성, 생식독성, 수생생물 피해 등으로 국제적으로 금지되는 농약 성분들이 국내에서는 제한없이 뿌려지고 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장소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본지 DB)/뉴스펭귄
발암성, 신경독성, 생식독성, 수생생물 피해 등으로 국제적으로 금지되는 농약 성분들이 국내에서는 제한없이 뿌려지고 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장소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본지 DB)/뉴스펭귄

생식독성 살균제 이프로디온도 국내 골프장에선 여전히 사용

또 다른 위해 성분으로 꼽히는 이프로디온은 클로로탈로닐과 함께 EU에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살균제다. 발암 가능성과 생식독성, 생태계 위해성 우려로 EU에서 2019년 사용을 금지했고 같은 해 스위스에서도 금지됐다. 해외에서는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사용량 기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살균제다.

국내 골프장에 많이 사용되는 아족시스트로빈은 수계 영향 우려가 제기되는 살균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 성분을 두고 인간이나 조류, 포유류에 대한 급·만성 독성은 낮지만 담수어류나 무척추 수생생물에는 독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큰 제초제 중 하나로 일부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성분을 2015년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분들은 한국 골프장에서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발암성, 신경독성, 생식독성, 수생생물 피해 등으로 국제적 규제 품목인데도 국내에서는 제한없이 뿌려지는 것이다.  

국내 골프장 잔류농약과 사용량 허용 기준 부재

이처럼 외국에서는 엄격하게 규제하는 농약이 국내에서 버젓이 사용되는 것은 이를 제재하는 규정이나 사용량 및 독성 관리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맹·고독성, 잔디 사용 금지 농약만 아니면 사용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농약 사용량에 관한 규제 조항이 별도로 없다는 점이다. 잔디는 비식용 작물이라 식용작물과 달리 아무리 많은 농약을 써도 법적으로 제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골프장은 농경지가 아니라 식품 잔류 허용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환경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골프장 농약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다. ‘농약관리법’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약의 등록, 제조·수입·유통·판매, 국내 사용 적정성과 독성 등급 분류 등을 총괄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물환경보전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따라 농약으로 인한 환경 오염 관리를 맡고 있다. 

특히 골프장은 대규모 잔디가 연못이나 하천과 맞닿아 있어 농약이 빗물과 함께 지표수나 지하수로 유출될 위험이 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질관리와 위해성 평가를 맡고 있다. 이들 부처의 권한 일부는 지자체에 위임, 현장관리, 점검, 지도, 단속 등을 수행한다. 

물환경보전법 제61조.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뉴스펭귄
물환경보전법 제61조.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뉴스펭귄

골프장 농약 사용 제한을 명시한 물환경보전법 제61조에도 사용 금지 농약에 관한 규정만 있고, 사용량과 잔류농약에 대한 허용 기준은 없다. 금지된 농약을 쓰지만 않으면 농약 사용 횟수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과다한 농약 사용에 따른 문제를 잡을 수 있는 관리·감독 주체가 없는 셈이다. 

정혜경 의원은 “골프장 살포 농약의 잔류량 허용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위해성에 대한 재평가 실시가 필요하다”면서 “토양과 수질 내 잔류하는 농약 성분의 생물학적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골프장 사용 농약과 관련한 정책 결정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골프장 농약 안전사용기준은 존재하지만 골프장 토양과 수질 내 농약 잔류량에 대한 법적 기준치(잔류허용기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농약은 환경 잔류성이 높고 수생생물에 대한 독성이 강하므로 잔류량 수치에 대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관리 필요성이 있다. 정기적인 조사 자료와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기준 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568개 골프장(2023년말 기준)에서 해마다 230톤 가까운 농약을 살포한다. 살균제와 살충제는 물론, 잔디 색감을 유지하는 착색제, 농약 흡착력을 높이는 전착제까지, 가히 ‘농약폭탄’이다. 골프 내장객들이 4~5시간 머무는 필드에 이렇게 많은 농약이 살포돼도 괜찮은 걸까? 골프장 주변 토양과 수질 그리고 생태계는 지금 안전할까? 이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갈등은 어디까지 왔을까?

<뉴스펭귄>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진보당·비례대표)의원실과 함께 최근 5년간 전국 골프장 농약 사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 사용이 금지된 고위험 성분의 실태를 추적했다. 농약 관련 위반 사례와 이를 둘러싼 주민 분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과 제도 개선 방향도 모색했다. 국내 골프장 농약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1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