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생명과 종을 지키는 데 중요한 단서는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연구 과정에서 확인된 야생동물의 번식은 비로소 전략과 힘이 된다. 멸종위기종 번식은 생물학적 사건을 넘어, 개체군을 되살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이자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멸종위기종 얼룩말상어가 바닷속에서 번식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두 수컷과 한 암컷이 90분간 이어간 집단 교미는 단순한 생물학적 관찰을 넘어, 사라져가는 종의 미래를 지탱할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지난해 7월 12일,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해안에서 약 15km 떨어진 아보르(Abore) 리프. 호주 선샤인코스트대학교와 뉴칼레도니아 라군수족관 소속 연구진이 수심 5m 산호초 지대를 탐사하던 중 멸종위기종 '얼룩말상어(Stegostoma tigrinum)' 세 마리를 목격했다.
연구진이 다이버를 투입해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한 결과, 야생 얼룩말상어 최초 집단 교미 행동이 포착됐다. 이후 영상을 분석해 18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Ethology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수컷이 암컷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물며 장시간 고정한 뒤, 클라스퍼(수컷 생식기)와 사이펀색(생식 보조기관)을 이용해 삽입에 이르는 장면이 기록됐다. 첫 번째 수컷이 교미를 마친 뒤, 다른 수컷이 곧바로 같은 암컷과 교미를 이어가며 행동은 ▲구애 ▲지느러미 물기 ▲삽입 ▲분리의 단계로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육 환경에서만 보고된 행동 양상과 일치했다.
얼룩말상어는 '레오퍼드 샤크(Leopard shark)' 또는 '제브라 샤크(Zebra shark)'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최대 2.6m에 이르며, 성체는 갈색 몸에 무늬 점들이 흩어져 있어 얼룩말, 표범과 같은 이름이 붙었다. 어린 개체는 얼룩이 아닌 줄무늬를 가져 '제브라 샤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산호초, 모래 바닥, 맹그로브, 해초지 등 얕은 연안에 서식하며 낮에는 바닥에 머무르다 밤에 활동하는 습성을 보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얼룩말상어를 '위기(EN)'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도양과 서태평양 전역에 분포하지만,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서부에서는 과도한 어획과 서식지 파괴로 이미 개체군이 급격히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사례도 보고됐다. 산호초 황폐화와 연안 어업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대표 상어 종으로 꼽힌다.
이처럼 개체수가 감소하는 종에게 번식 기록은 곧 보전 설계도가 된다. 이번 연구는 교미가 특정 산호초 지대에서 일어남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보호구역 지정과 복원 프로그램 설계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멸종위기종 관리에서 번식지 확인은 필수"라며 "이번 기록은 주요 교미 서식지 보호와 종 보전 전략 수립에 핵심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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