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 요구도는 높지만, 정부의 소통 방식이 대중의 실제 요구와는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건강을 주제로 한 전문적인 소통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기후위기와 건강에 대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실시된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3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가 69.1%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9월 전국 만 19~64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1.3%가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정보를 탐색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로 신문·뉴스(94.0%)와 시사 프로그램·교육방송(92.0%)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었으며, 전문 자료(67.2%)나 일반 도서(70.8%)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한 2022년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기후변화와 온열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6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연관성임에도 인식 수준이 높지 않음을 보여줬다.
대중은 ‘실용적 대응방안’ 원하고 정부는 ‘통계·현황’ 제공 집중
조사 결과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 응답자(87.4%) 중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관리'(64.7%)였다. '개인행동 수칙·대응 방법'(59.2%)이 그 다음을 이었다.
반면 국내외 기후보건 정책이나 현황 통계 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대중이 국가 및 지역 단위의 과학적 근거보다 개인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건강 보호 방안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와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로는 보건의료 전문가(교수, 연구자 등)에 대한 선호도가 54.1%로 가장 높았다. 환경 전문가(47.6%), 의료인(42.2%) 순으로 나타나 관련 분야 전문가를 통한 정보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통 방식으로는 뉴스 및 언론(62.8%)이 가장 큰 선호도를 보였으며, 적극적인 형태의 소통인 참여와 활동(25.9%), 대화 및 토론(18.2%)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재 질병관리청과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기후변화 건강 적응을 위한 소통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과를 설치하고 '기후보건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으며, 온열·한랭 질환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를 통해 적응 연구와 사업을 지원하고, 국가기후위기적응정보포털을 운영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소통 요구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건강 적응 사업 전달 체계가 명확히 구축되어 있지 않아 지역 관계자, 대중의 접근성이나 활용도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감시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특정 질환 중심의 정보에 집중되어 있어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영향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긍정적 메시지와 구체적 행동지침 제시해야”
보고서는 효과적인 기후위기 건강 적응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메시지 전달 방식의 개선이다. 기후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보다는 기후 대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 경제적 이점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위기를 경고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미션과 행동 지침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한 지속적 노출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 보건의료 전문가가 대중이 신뢰하는 정보원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대상별 맞춤형 소통 전략 수립이다. 기후에 대한 인식과 감정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며, 일반 국민의 리터러시 수준을 고려한 평이한 언어 사용과 시각적 자료 활용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건강을 주제로 일반 대중, 정책 관계자, 보건의료 전문가 등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전문적인 소통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시적·산발적인 소통이 아니라 체계적인 소통 전략을 마련해 올바른 인식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대중들의 실제 수요에 기반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실질적인 건강 보호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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