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고양이 집사라면 누구나 고양이가 골골송을 부르는 걸 들어보았을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 혹은 아프고 힘들어 보일 때도 고양이는 골골송을 부른다. 이 행동은 단순한 기분 표현일까, 아니면 더 복잡한 생물학적 이유가 있을까?
최근 일본 교토대학교 야생동물연구센터 연구팀은 고양이가 골골송을 부르는 현상에 과학적으로 접근, 고양이의 골골송이 특정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카모토 유메(Yume Okamoto)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androgen receptor gene)’의 반복 염기서열 길이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호르몬 반응과 관련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반복 서열이 짧을수록 고양이가 골골송을 더 자주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총 265명의 고양이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와 실제 고양이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짧은 반복 서열을 가진 고양이들은 더 자주 골골거렸으며, 수컷일 경우 사람에게 더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같은 유전형을 가진 암컷은 낯선 사람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연구진은 " 동일한 유전자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행동 특성에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차이는 고양이의 대인 의사소통 방식과 방어적 본능 모두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인간과 공존하며 유전자 바뀐 고양이들
흥미로운 사실은 순종묘일수록 해당 유전자의 반복 서열이 길었고, 혼종묘일수록 짧은 서열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비슷한 야생 친척종인 삵 등과 비교했을 때, 반복 서열이 긴 유전자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에게서만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고양이의 골골송은 유전자의 반복 서열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인간과의 공존 과정에서 선택된 생물학적 특성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인간과 공존하는 과정에서 보다 온순하거나 말을 적게 하는 개체가 선택되면서 유전자 길이에도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과의 공존은 고양이의 유전적 구조 자체를 바꾸어 놓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유전자 하나만으로 고양이의 모든 성격과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양이의 사회성, 공격성, 공포 반응 등은 옥시토신 수용체, 바소프레신 수용체 같은 다른 유전자들 역시 함께 작용한다는 것이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향후 연구팀은 고양이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genome sequencing)을 통해 수십 개의 미세한 유전자 차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고양이의 기질과 행동을 만드는지를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유기묘를 포함해 보호가 필요한 고양이들이 사람과 더 잘 소통하고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였다”며, "실제로 골골송을 많이 부르는 고양이, 조용한 고양이, 낯가림이 심한 고양이 등 각각의 기질에 맞춘 환경 조성과 돌봄이 가능해진다면, 고양이와 사람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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