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의 새끼를 며칠씩 납치해 데리고 다닌 원숭이의 충격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새끼들은 결국 영양실조로 숨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PI)는 파나마 지카론섬에 사는 꼬리감는원숭이(카푸친원숭이)가 새끼 고함원숭이들을 업고 다니는 행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9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이 기이한 행동이 처음 목격된 시기는 2022년 1월. 연구진이 꼬리감는원숭이의 도구 사용을 관찰하기 위해 설치한 카메라에서 수컷 꼬리감는원숭이의 등에 새끼 고함원숭이가 업혀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후 이 원숭이 '조커'는 몇 달에 걸쳐 고함원숭이 네 마리를 납치했는데 심지어 9일 연속 업고 다니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수컷 한 마리에서 시작한 납치 행위는 점점 확산돼 꼬리감는원숭이들의 '전통'으로 자리했다. 납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직접 나오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꼬리감는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고함원숭이를 훔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들은 왜 '남의 자식'을 몰래 데려갔을까. 꼬리감는원숭이가 다른 종의 새끼를 입양하거나 놀아주는 사례는 과거에도 보고됐지만 연구진은 단순한 돌봄 본능 때문만은 아닐 것으로 봤다. 실제 꼬리감는원숭이가 새끼 고함원숭이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젖을 먹으려는 새끼를 밀어내는 모습도 함께 관찰됐다.
연구진은 꼬리감는원숭이가 '심심해서' 그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도구를 사용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이 원숭이들은 파나마에 포식자나 경쟁자가 거의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땅에서 여유롭게 보낸다. 지루한 일상이 파괴적인 놀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난은 죽음으로 이어졌다. 납치된 새끼 중 가장 어린 개체는 생후 1~2일에 불과했다. 어미 곁에서 젖을 먹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새끼 고함원숭이는 등에 업힌 채 방치됐고 결국 최소 네 마리가 사망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납치 행동이 멸종위기에 처한 고함원숭이에게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파나마에만 서식하는 이 고함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연구진은 "꼬리감는원숭이의 전통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도 머지않아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MPI 배럿 박사는 "마치 아이(꼬리감는원숭이)가 반딧불이(고함원숭이)를 갖고 노는 모습인데, 반딧불이 입장에선 전혀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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