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십만 마리의 닭이 오랫동안 굶주리다가 서로를 잡아먹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다.
남아공 국립동물학대방지협회(NSPCA)가 최근 정부 소유의 가금류 생산 업체의 농장에서 100만 마리가 넘는 닭이 사료를 공급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서로를 공격하고 잡아먹기에 이른 현장을 적발했다. NSPCA는 지금까지 회복이 불가능한 닭 35만여 마리를 안락사시켰으며, 향후 업체의 이사진을 상대로 형사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30일(현지 시간), NSPCA는 국영 기업 데이브레이크 푸드(Daybreak Foods)의 한 계약 농장에서 약 20만 마리의 닭이 사료를 제공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가 서로를 잡아먹는 동족 포식(cannibalism) 상황이 벌어졌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현장 조사 결과 닭들은 생후 28일이 넘었음에도 몸무게가 700g도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들은 당시 현장이 장기가 노출되거나 신체가 크게 손상돼 피범벅이 된 닭들과 이들을 쪼는 닭들로 아비규환이었다며 참혹한 상황을 언론에 전했다.
NSPCA는 업체 측과 접촉한 뒤 수의사의 판단 하에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치명상을 입은 닭들을 안락사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4월 30일부터 이틀간 약 20만 마리의 닭이 안락사됐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 1일, 양계 업체는 NSPCA에 공식 서신을 보내 “회사 재정 상황으로 인해 닭들에게 더 이상 사료를 공급할 수 없다”면서 다른 계약 양계 농장에 남은 닭들에 대한 처분까지 NSPCA에 위임했다. 사실상 일방적인 사육 중단 선언이었다.
당초 업체는 닭들을 자사 도축장으로 옮겨 다리 부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수습하려 했으나, 공중보건수의당국(Veterinary Public Health)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양 실조에 걸린 닭들의 평균 몸무게가 도축 장비 사용 가능 몸무게인 1.8kg에 한참 못 미치는 660g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NSPCA는 추가 조사에 따라 발견된 여러 양계장에서도 수만 마리의 닭들이 사료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 지부 및 자원봉사자 들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50만 마리 이상의 닭이 구조돼 다른 농장으로 이송됐지만, 35만 마리는 안락사됐다.
NSPCA는 현재도 현장에 인원들을 두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해당 업체의 시설들에서 확인된 유사 정황을 체계적인 방임의 증거로 보고 업체의 이사진 전체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NSPCA는 “해당 양계 업체는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구조, 사체 처리, 사료 조달 등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겼다"며,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닌 명백한 '방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학대이고 방임이며 국가가 방치한 비극"이라고 규정하면서, “동물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모든 산업형 사육 방식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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