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카구'가 사상 처음으로 인공 부화에 성공했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싱가포르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카구'가 사상 처음으로 인공 부화에 성공했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싱가포르 만다이 지역에 위치한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 이곳에서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카구(Kagu)'가 사상 처음으로 인공 부화에 성공했다. 인위적인 번식이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카구가 사람의 손을 통해 건강하게 부화한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만다이 야생동물 그룹(Mandai Wildlife Group)은 지난 3월 1일, 총 25일간의 인공 부화 과정을 거쳐 카구의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태어난지 두 달이 된 새끼는 현재 세심한 돌봄을 받으며 차근차근 독립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1일 태어난 새끼 카구는 세심한 돌봄을 받으며 독립을 준비 중이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지난 3월 1일 태어난 새끼 카구는 세심한 돌봄을 받으며 독립을 준비 중이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카구는 뉴칼레도니아의 울창한 숲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조류다. 푸른빛이 도는 회색 깃털과 밝은 주황색의 부리와 다리, 구애, 영역 표시 등을 위해 펼치는 장식용 볏이 특징이다. 일평생 짝과 함께 지내며 보통 한 해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끼가 적은데다가 서식지 파괴와 고양이, 개 등 포식자의 위협이 늘어나면서 야생에서의 개체수가 500~100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카구를 멸종위기 적색목록 '위기(EN)' 등급으로 지정했다.

카구는 뉴칼레도니아의 울창한 숲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조류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카구는 뉴칼레도니아의 울창한 숲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조류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2023년 만다이 야생동물 그룹은 멸종위기에 처한 카구의 번식을 목표로 일본 요코하마 동물원으로부터 카구 암컷과 수컷 한 마리씩을 데려왔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선별된 번식 가능성이 높은 개체들이었다. 사육팀은 울창한 덤불을 비롯해 나뭇가지와 잎사귀까지 카구의 원서식지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고 이들의 번식 행동을 유도했다.

이듬해인 2024년 카구들이 두 차례 산란을 시도했지만 사육팀 경험 부족과 여러 환경적 변수로 부화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카구들의 산란이 확인됐을 때 사육팀은 인공 부화를 결정했다. 그렇게 카구들의 세 번째 알은 인공 부화기로 옮겨졌고, 안전한 부화를 위한 25일간의 정밀한 관리가 시작됐다. 알 속 배아가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시기에 따라 온도와 습도를 정밀하게 조절하고, 알의 위치를 적절한 수준으로 회전시키는 작업도 이어졌다. 부화 날짜가 가까워오자 새끼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습도를 높여 알껍질이 부드러워지도록 유도했다.

태어났을 당시 36g에 불과했던 새끼 카구는 두 달이 지난 지금 성조의 평균 체중인 1kg에 가까워질 만큼 자랐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태어났을 당시 36g에 불과했던 새끼 카구는 두 달이 지난 지금 성조의 평균 체중인 1kg에 가까워질 만큼 자랐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드디어 2025년 3월 1일, 새끼 카구가 무사히 껍질을 깨고 세상에 태어났다. 만다이 야생동물 그룹 아나이스 트리토(Anaïs Tritto) 부사장은 “작년 부화 실패 이후, 알의 부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인공 부화를 시키기로 결정했고, 자연의 둥지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섬세하게 조절했다”면서, “새끼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육팀은 깊은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새끼는 현재 버드 파라다이스의 번식 및 연구센터(Breeding and Research Centre)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막 태어났을 당시 36g에 불과했던 새끼는 두 달이 지난 지금 630g까지 자라 이미 성조의 평균 체중인 1kg에 가까워지고 있다. 새끼의 몸은 현재 부드러운 갈색 깃털로 덮여 있는데, 갈색 깃털은 숲 바닥에서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기에 적합한 위장색이다. 카구는 암수의 외형이 크게 차이가 없어, 성별은 성조가 된 이후 DNA 검사를 통해 판별할 예정이다.

사육팀은 성격이 수줍고 예민한 카구의 성격을 고려,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사육장 안에 종이 상자와 인형 등을 배치했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사육팀은 성격이 수줍고 예민한 카구의 성격을 고려,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사육장 안에 종이 상자와 인형 등을 배치했다. (사진 Mandai Wildlife Group)/뉴스펭귄

사육팀은 성격이 수줍고 예민한 카구의 성격을 고려,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사육장 안에 종이 상자와 인형 등을 배치했다. 새끼 카구는 매일 아침 체중을 재고 비타민D를 받기 위해 일광욕을 한다. 식단은 유아식에서 점차 새우, 살아 있는 곤충, 생쥐 등 성조용 먹이로 바꾸는 중이다. 사육팀은 카구가 일정 수준까지 성장한 이후에는 더 크고 넓은 환경으로 옮겨 적응시킬 계획이다.

새끼 카구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외부 보전 프로그램(EEP)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 확보와 종 복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협력의 일환으로 관리되고 있다. 만다이 야생동물 그룹은 밝은 빛을 뜻하는 '키아라(Kiara)', 보물을 뜻하는 '켄자(Kenza)', 태어난 새끼의 주의 깊은 행동을 딴 '케이시(Kacey)' 등 이름을 두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새끼 이름 짓기 투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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