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홍게잡이 어민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포항 홍게잡이 어민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해양 분야 고위급 국제회의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CC)'가 열린 부산 벡스코 앞에서 국내외 어민들이 해상 가스전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어민들은 가스전 개발이 생태계와 생계를 위협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경북 포항에서 홍게잡이를 하는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홍게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수심 700m에서 잡히던 홍게가 이제는 1300m가 넘는 곳에서 발견된다”고 전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6년간 동해 표층 수온이 1.9도 상승했으며, 전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김 회장은 이어 "지난해 12월 시추 이후, 홍게 경매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톤 줄었고 수천만 원대 손실이 발생했다"며 "한국석유공사는 보상 없이 추가 시추를 강행하려고 해 점점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홍게 어장과 시추 해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현재 포항 홍게잡이 어선 32척 중 80% 이상은 대왕고래 시추지 인근에서 조업하고 있다. 이 지역 어민들은 3년 전부터 탐사 용역 업체와 마찰을 빚어왔는데, 어민들이 설치한 부표를 절단하라고 지시한 업체 대표가 재물손괴 협의로 유죄를 받기도 했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서)/뉴스펭귄
시추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홍게잡이 어선들이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홍게통발협회는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친다고 반발했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서)/뉴스펭귄

특히 홍게 조업이 한창인 지난해 12월에는 시추 작업으로 조업 손실을 우려한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해양 생태계, 특히 홍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시 김진만 협회장은 "게는 미세한 변화에도 서식지를 옮기는 민감한 종이라 조업이 까다로운데, 석유공사는 시추지 인근의 어구를 옮기라고 했다”며 “시추 소음과 진동으로 반경 20㎞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홍게잡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정부는 추가 시추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콜롬비아전국어업네트워크 회장 메디나 살가도.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콜롬비아전국어업네트워크 회장 메디나 살가도.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해상 가스전 개발로 어민들이 피해를 보는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콜롬비아에서 온 어민 메디나 살가도는 "우리 어민들의 생계는 건강한 바다에 달려 있는데 해상 가스전 개발은 해양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식량 안보를 위협하며, 노동과 건강, 안전한 환경에 대한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각 정부는 바다를 파괴하는 산업으로부터 해양과 해안 공동체를 보호해야 한다"며 "해상 가스전 중단은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자연과의 조화를 되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 분야 최고급 국제회의 OOC가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해양 디지털'을 특별 의제로 채택해 데이터 기반 해양보호 전략을 논의한다.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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