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이알] 인간에게 너무 많이 잡아먹혀 멸종된 이 바닷새는?
큰바다쇠오리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처음 펭귄이라 불렸던 펭귄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펭귄이 아니다. 16세기 유럽인이 ‘핀구이누스 임페니스(Pinguinus impennis)’라는 학명으로 명명하고 펭귄으로 묘사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큰바다쇠오리였다. 인간에게 너무 많이 잡아먹혀 19세기 자취를 감춘, 지금은 없는 비운의 동물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펭귄이라는 이름은 유럽의 탐험가들이 나중에 남반구에서 발견한 비슷하게 생긴 새에 붙인 것이다. 큰바다쇠오리와 펭귄은 흰 배에 검은 머리와 등, 통통한 몸, 날개를 가졌지만 날지 못한다는 점, 물갈퀴가 있는 발과 짧은 다리, 바위섬에 군집을 이뤄 산다는 점, 하늘 대신 바다를 헤엄치며 어류와 해양생물을 먹고 살도록 진화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흑백의 두 바닷새의 진화 공통점에 대해서 루시 쿡은 저서 ‘오해의 동물원’에서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공중 비행에 유리한 크고 연약한 날개 그리고 뼈가 가벼운 몸을 버렸다. 대신에 짧고 강력하지만 날지 못하는 지느러미 날개와 유선형의 몸을 가진 지방 덩어리 총알이 되었다. 펭귄의 유선형은 굉장히 효율적이라 인간이 설계한 그 무엇도 펭귄의 낮은 항력계수를 이기지 못한다. 그들은 또한 턱시도와 같은 상징색으로 위장술을 발전시켰다. 몸의 하얀 앞면은 햇빛이 비치는 수면을 향해 밑에서 올려다보는 포식자와 먹잇감의 눈을 속인다. 반면에 검은 등은 깊은 물속 어두운 컴컴한 곳에서 위쪽의 포식자로부터 모습을 감추어준다.”
그러나 이토록 비슷한 점에도 불구하고 둘은 아예 다른 과로 분류된다. 북대서양 전역에 서식하던 큰바다쇠오리는 도요목 바다오리과에 속하고, 우리가 흔히 아는 남극의 펭귄은 펭귄목 펭귄과에 속한다.
눈과 부리 사이에 뚜렷한 흰색 반점을 지닌 큰바다쇠오리는 약 75cm의 키에 5kg의 몸무게로 상당히 큰 편이었다. 수중 생활에 특화돼 최대 7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었고 15분가량 물속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수중 생존 능력이 뛰어났던 만큼 땅 위에서는 재빠르지 못하고 둔했다. 다리가 몸 뒤쪽에 있어 땅에서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이동했고 이는 약점이 되어 굶주린 선원들의 손쉬운 식량이 되었다. 포식자를 피하려 번식기에 외딴섬으로 이동해 대규모 집단을 이뤄 알을 낳았지만 사냥꾼들의 무차별적인 사냥을 불러왔다. 관련해 16세기 마젤란 해협에 있는 어느 섬에서 3000마리의 날지 못하는 가금류를 죽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들의 지방이 많은 몸은 인간들의 식량이자 램프용 기름으로 이용되었고, 깃털과 가죽은 생활용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부는 생포돼 어획용 미끼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멸종위기를 인식하고 보호를 위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인한 피해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심각했다. 1835년 아이슬란드 인근 엘데이섬에서 약 40마리로 이뤄진 마지막 생존 집단이 발견되었고, 1844년 이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쌍이 부화되지 않은 알과 함께 사냥꾼들에게 목숨을 잃으면서 큰바다쇠오리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뉴펭이알: 뉴스펭귄의 ‘이거 알아?’>에서는 매주 동물과 환경 상식을 전달한다. 멸종위기종,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탄소문제와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헷갈리거나 잘 몰랐던 이야기를 정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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