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망둥어는 단순히 갯벌에 사는 어류가 아니다. 땅과 물을 넘나드는 독특한 생태 습성과 굴을 파며 갯벌을 뒤집고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토양이 환기돼 다른 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갯벌이 생물다양성의 터전이 되는 데에 망둥어의 지분이 꽤 크다는 얘기다.
망둥어는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하는 모든 어류를 의미한다. 망둥이, 망동어라고도 하고 '망둑'이라고 주로 불린다. 큰 머리에 몸은 원통형에 가깝고 크기가 대부분 5cm 미만으로 작아 얼핏 사진으로 보면 곤충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다수가 해변과 가까운 얕은 물이 서식지로 말뚝망둑어를 비롯한 일부 종은 어류이지만 양서류의 생활방식을 섞은 듯 살아간다. 배지느러미가 흡반 모양으로 변형돼 땅이나 바위에 붙어서 살 수 있는데, 덕분에 조류나 파도에 잘 휩쓸리지 않는다.
짱뚱어와 같은 몇몇 망둥어는 갯벌에 굴을 파고 드나든다. 이런 활동은 단순히 이동이나 은신처 마련의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망둥어가 진흙을 뒤집으면 이 과정에서 갯벌 깊숙한 곳까지 산소가 전달돼 유기물 분해가 촉진되고, 그 결과 갯벌이 정화돼 해양 생물들에게 더 풍부하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망둥어가 많은 지역의 갯벌은 유기물 분해 속도와 미생물의 다양성이 유의미하게 높다. 게다가 망둥어는 자신이 파 놓은 굴을 단순 은신처로만 사용하지 않고 다른 갯벌 생물들과 함께 서식하며 작은 생태계를 이루기도 한다.
일부 갑각류와 벌레류에게 망둥어가 파놓은 굴은 중요한 터전이 된다. 예컨대 짱뚱어의 굴 근처에는 수분과 유기물이 풍부해 갯강구류나 기타 소형 절지동물이 모여 서식하고 갯지렁이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망둥어는 갯벌과 해양을 잇는 에너지 순환의 중간 고리로서도 기능한다. 플라크톤과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는 망둥어가 자라면 철새, 어류, 게류와 같은 상위 포식자에게 중요한 영양을 제공하는 먹이사슬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의 생물학적 지표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해양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망둥어의 분포 변화가 생태계 붕괴의 조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외에도 갯벌 매립과 간척 사업, 해양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생존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망둥어의 위기는 그들이 유지하던 생태계 기능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이 망둥어와 같은 저평가된 생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친소: 지구지킴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에서는 지구의 탄소를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먹이 활동 또는 서식 특징을 가진 동식물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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