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김영화 기자] 기후위기로 꽃가루 배출량이 늘어나고 공기 중에 머무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알레르기 위험 역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달라진 날씨가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다.
기후위기로 꽃가루 양과 유발 기간이 모두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연구 30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 기온과 온실가스 농도 증가는 식물 생육을 촉진하고 꽃가루 배출량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개했다. 2100년까지 꽃가루 배출량은 최대 40% 증가하고, 유발 기간은 현재보다 평균 19일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기후변화로 특정 식물의 서식 범위가 확장되면서, 꽃가루가 더 일찍 생기고 더 늦게까지 공기 중에 머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식물이 연구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돼지풀’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북미 10개 지역에서 돼지풀 꽃가루의 확산 기간이 평균 11일가량 늘어났다.
연구팀은 꽃가루가 건강은 물론 일상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수면 방해와 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천식 등 만성질환자에게는 건강상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약 1920만 명이 계절성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과 생산성 손실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알레르기 치료 접근성이 낮아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증상 악화로 병원 이용이 늘고, 의료비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인 알리샤 R. 퍼샤드(Alisha R. Pershad)는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의료 분야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의료 현장 역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일 국제 의학 학술지 ‘The Laryngoscope’에 게재됐다.
국내 연구진도 “기후위기가 꽃가루 알레르기 확산”
국내에서도 돼지풀은 하천과 도로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북미 원산의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도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문제는 기후위기와 맞물리며 돼지풀과 같은 식물의 생장과 꽃가루 배출량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 상승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식물의 생육을 촉진해 꽃가루 발생량과 공기 중 체류 시간을 늘린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꽃가루 알레르기 위험을 도시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대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 지수(IUGZA)를 산정하고, 기후위기 시나리오에 따라 수종별 유발성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상수리나무(14.8%), 향나무(8.7%), 리기다소나무(8.2%) 등 상위 10개 수종이 전체 알레르기 지수의 약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계속될 경우, 수종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꽃가루가 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변화는 일부 지역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금은 유발성이 낮은 수종도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알레르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시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연구는 2024년 ‘환경영향평가’ 제33권 제3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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