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 그려진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미국 환경 단체가 있다.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이 그려진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미국 환경 단체가 있다.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잘 끼세요. 참고래를 잃어버리지 않게(Cover your spout…don’t let the right whale die out)'.

위트가 돋보이는 문구와 함께 포장지에 멸종위기종이 그려진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미국 환경 단체가 있다. 이들은 무한한 인구 성장과 과소비가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멸종위기종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환경단체 생물다양성센터(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이하 환경단체)는 지구의 날(4월 22일)이 있는 4월을 맞아 멸종위기종 참고래, 해달, 모나크나비, 북극곰, 장수도롱뇽 등이 그려진 콘돔 수천 개를 학교, 장터, 지역 커뮤니티 등 지역 사회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콘돔의 포장지에는 '잘 끼세요. 참고래를 잃어버리지 않게(Cover your spout…don’t let the right whale die out)', ‘잘 착용해 북극곰을 살려요(Wrap with care, save the polar bear)’, ‘기분이 좋을 땐 장수도롱뇽을 기억해요(When you’re feeling tender, think about the hellbender)’ 등 재치 있는 문구와 함께, 과도한 인구 증가와 소비가 지구의 야생동물에게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메시지가 쓰여 있다.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사진 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뉴스펭귄

실제로 지난 세기 인류는 산업 혁명과 경제 성장을 힘입어 유례 없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75년 40억 명 수준이던 인구는 50년만에 80억 명을 돌파했다. 인구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야생동물의 개체수는 70% 이상 감소했다.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은 2019년 100만종에서 2024년 200만종으로, 4년 동안에만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앞으로도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유엔(UN)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인구가 85억 명, 2050년에는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환경단체의 활동가는 “캠페인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인구 성장과 소비가 야생동물을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는지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며, “성 건강과 임신, 출산의 권리가 위협받는 요즘 멸종위기종 콘돔은 사람에게도 지구에도 모두 좋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2009년 처음 해당 캠페인을 시작해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 150만 개가 넘는 콘돔을 배포하며,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려 왔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라텍스와 포장 케이스 쓰레기가 환경에 미칠 영향은 인구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영향보다 훨씬 적다"며 "콘돔이 하수구를 막고 수로를 파괴해 야생동물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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