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김혜인 기자] 한때 수백만 마리가 하늘을 가득 메우던 곤충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식지가 사라지고, 농약과 기후 변화가 생태계를 뒤흔들면서 많은 곤충이 멸종의 문턱에 내몰렸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곤충들 중 일부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위기를 인간의 손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미국장례딱정벌레 (사진 wiki media commons)/뉴스펭귄
미국장례딱정벌레 (사진 wiki media commons)/뉴스펭귄

미국장례딱정벌레: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다

미국장례딱정벌레(American Burying Beetle)는 한때 역사적 서식지의 90% 이상에서 사라져 국제적 멸종위기(Critically Endangered) 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0년 미국 내에서 보호등급이 ‘위협종(Threatened)’으로 완화되었다. 이는 오클라호마와 아칸소 등 일부 지역에서 개체군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하이오주 등지에서는 인공 방사된 개체들이 정착 조짐을 보이며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여전히 위협 요소다. 남부 지역에서는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기려는 시도도 생태적 제약으로 인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인공 증식과 서식지 복원을 통해 향후 10년 내에 여러 주에서 개체군을 추가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왕나비 (사진 wiki media commons)/뉴스펭귄
제왕나비 (사진 wiki media commons)/뉴스펭귄

제왕나비: 극적인 개체수 반등

북미를 대표하는 이주성 나비인 제왕나비(Danaus plexippus, Western Monarch)는 기후 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했다. 특히 서부 개체군은 2020년 겨울 단 2000마리로 줄어들어 ‘사실상 기능적 멸종’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년 25만 마리, 2022년 33만 마리로 회복되면서 일시적인 반등을 보였다. 이는 서식지 복원과 밀크위드(나비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식물) 심기 운동, 농약 사용 규제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다만 여전히 1980년대 수백만 마리 수준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이상기후와 서식지 감소가 계속되는 한 안정적인 개체군 유지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푸른부전나비 (사진 Guardian)/뉴스펭귄
큰푸른부전나비 (사진 Guardian)/뉴스펭귄

큰푸른부전나비: 멸종된 곤충도 되살릴 수 있다

1979년 영국에서 멸종이 선언된 큰푸른부전나비(Phengaris arion, Large Blue)는 국제 협력과 과학적 연구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이 나비는 애벌레 시절 특정 개미(마이르미카 사불레티)의 둥지에 기생하며 자라는 독특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영국 농촌의 환경 변화로 인해 개미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나비도 함께 사라졌다. 1983년 영국 연구진은 스웨덴에서 개체를 들여와 방사했고, 이후 서식지를 복원하며 개미와 나비의 생태적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영국 내 40개 이상 지역에서 이 나비가 다시 발견되었으며, 2022년에는 최대 개체수를 기록했다. 이 성공 사례는 생태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곤충 보전의 의미와 미래 전망

곤충은 단순한 작은 생물이 아니다.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꽃가루 매개자다. 아울러 다른 동물들의 먹이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곤충의 감소는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보존에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미국장례딱정벌레, 제왕나비, 큰푸른부전나비 등 여러 종이 인간의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지속되는 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이 곤충 보전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식지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물론, 농약 사용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시민 과학자들의 참여와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곤충 보전은 단순히 특정 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곤충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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