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정말 멸종할 수 있을까요?’
기자는 요즘 만나는 취재원에게 모두 저 질문을 던집니다. 환경문제나 기후위기에 관심 많은 사람도,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도 선뜻 대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지구 역사상 5번 있었다는 대멸종도,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가까워진다는 멸종위기도 사실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까닭이겠죠.
정말로 남극 펭귄이나 북극 곰, 아마존 정글 속에서만 동식물 개체수가 줄고 그들 삶의 터전이 위협 받고 있을까요? 지금 여기는 그곳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일까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트렌드와 수많은 콘텐츠 속에 숨은 멸종위기 이야기를 찾아봅니다. 첫 번째 순서는 ‘수능 위로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나는 반딧불’입니다. [편집자 주]
[뉴스펭귄 이한 기자]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최근 ‘수능 위로곡’으로 인기 차트 역주행에 나선 노래 ‘나는 반딧불’ 가사다. 비록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은 아니고 작은 곤충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눈부신 존재니까 괜찮다는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눈부시니까”
이 노래는 2020년 ‘중식이’가 발표했고 2022년 밴드버전으로도 나왔다. 당시에도 노랫말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는데, 동영상 사이트 댓글에는 “큰 위로를 받았다”거나 “사람 여럿 살린 노래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에는 밴드 피노키오의 보컬이자 지난해 MBN 오디션 프로그램 준우승자 황가람이 이 노내를 불렀고 수능 위로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공감을 얻었다.
반딧불? 반딧불이? 아니면 개똥벌레?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에 대한 총칭이며, 흔히 개똥벌레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와 똑같은 말로 반디가 있다. '반디'는 간혹 순우리말 이름으로 쓰이기도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반딧불은 반딧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개똥벌레’라고도 하며, 최근 학계에서는 ‘반딧불이’라고 많이 부른다. 꽁무니에 반짝이는 빛을 내는 벌레로 암컷은 다섯째 마디에서 인을 발하여 빛을 내고, 수컷은 다섯째 마디와 여섯째 마디에서 빛을 낸다. 반딧불이 빛을 발하는 것은 암수가 서로 부르는 신호로 알려져 있으며 산란기에 접어들면 더욱 밝은 빛을 낸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길동생태공원에서 서식한다. 사실상 서울에서 유일하게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반딧불이축제도 개최한다. 다만, 아쉽게도 절정은 6월로 이미 지나가서 반딧불이를 보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성남시에 반딧불이가 잘 서식한다. 산이 많고, 대부분이 주거지역이라 공해가 심하지 않아서 그런듯. 성남시 주최로 율동공원에서 반딧불이 서식처 탐사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 제초제 사용 늘면서 개체수 줄어
기자는 78년생 X세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곤충이나 동식물이 익숙하지 않은 편인데, 그런 사실을 고려해도 반딧불(이하 반딧불이)을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진걸까?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하나씩 짚어보자. 반딧불이는 과거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농촌에서 제초제 사용이 늘고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인 조개와 우렁이, 다슬기 등이 줄면서 반딧불이의 개체수 역시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로 무주읍 가림마을, 무풍면 88올림픽 기념숲, 설천면 수한마을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종 멸종위기종 지정 고려
한편, 최근 미국에서 기후위기가 반딧불이의 개체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살충제와 짝짓기를 방해하는 인공 조명,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 영향으로 반딧불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구자들은 최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전반적인 기온 상승과 가뭄, 폭우 등의 이상기후가 반딧불이의 생존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반딧불이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은 연방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베서니 비치 반딧불이(Bethany Beach firefly)'를 위협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동남아시아에 사는 반딧불이 4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종에 처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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