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기자는 며칠 전 지난해 나무와 땅이 이산화탄소(CO2)를 거의 흡수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숲과 토양이 탄소 흡수를 멈춘다는 가정은 그동안 기후 모델에도 반영되지 않았던 요소다.
영국 가디언지는 14일(현지시각) 국제 연구팀의 예비 조사 결과를 인용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 육지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숲, 식물, 토양이 탄소를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바다에도 경고 신호가 있었다. 그린란드의 빙하와 북극의 빙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멕시코만 해류의 흐름이 교란되면서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숲과 토양, 바다, 기타 천연 탄소 흡수원이 절반가량 흡수한다. 이 균형을 통해 그동안 지구의 기후 시스템과 환경이 순환해왔다. 만약 이 탄소 흡수원이 붕괴된다면 지구 온도가 오르는 속도는 기형적으로 빨라질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자연의 순환과 균형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삼림 벌채 등으로 인한 아마존의 회복력 감소에 열대 지역의 가뭄이 더해지면서 토지 흡수원의 붕괴를 촉진했다는 것. 다만 지난해에 보인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으며 가뭄이나 산불의 영향이 없다면 땅이 다시 탄소를 흡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문제는 지구가열화로 가뭄과 산불이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있다. 특히 산불은 그 자체로 삼림을 훼손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배출량과 같은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인간이 배출한 탄소는 374억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자연 없이는 넷 제로에 도달할 수 없다. 대기 중 탄소를 대규모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의 광활한 숲, 초원, 습지, 바다는 인간의 탄소 오염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자연의 순환 시스템을 기본값으로 계산하고 세운 것이다.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이 조금만 약화돼도 넷 제로 달성을 위해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훨씬 더 많이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가디언지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숲과 자연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추정치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탄소 흡수원과 저장고를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과제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가진 숲이 CO2를 제거할 것이라는 가정은 이제 온전히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연구자들의 제언처럼 모든 산업 부문에 걸쳐 화석 연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숲과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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