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이 어떻게 얼마나 집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이 어떻게 얼마나 집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위기 대응 예산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정을 얼마나 투입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앞장서서 기후위기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 예산 집행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재정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이 어떻게 얼마나 집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밝혔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실제로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안타깝게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대전환을 위한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9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대전환을 위한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파주시을 국회의원 박정 유튜브 채널 캡쳐)/뉴스펭귄

우리나라는 국가 공식 예산 분류 체계에 따라 국가 정책 목표에 예산이 투입될 때 프로그램 단위로 예산이 배분된다. 문제는 프로그램이 여러 분야에 파편적으로 존재해 국민들이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령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가 정책 목표에 대한 프로그램은 환경 분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에너지, 국토 및 지역 개발, 농림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다.

이 연구원은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프로그램 중, 공정한 전환, 에너지 기술 개발,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기반 구축 등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의 예산을 모두 합쳐 2023년도에 39조원 규모의 예산이 쓰였다는 사실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이렇게 도출된 금액마저도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대응한 실질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 목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금액은 맞지만,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 (사진 파주시을 국회의원 박정 유튜브 채널 캡쳐)/뉴스펭귄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 (사진 파주시을 국회의원 박정 유튜브 채널 캡쳐)/뉴스펭귄

이 연구원은 “가령 군대에서 막사를 새로 지을 때 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만 탄소를 약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막사를 짓는다면, 이런 식의 탄소중립 예산은 목적 자체가 안보를 위한 목적의 예산 사업이지 기후위기 대응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적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기존 예산 체계와 탄소중립기본계획 상 재정 투자 계획에 연계성이 확보돼야,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실제로 얼마만큼의 돈을 쓰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 역시 기후 관련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정 교수는 “우리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예산을 이래저래 모아 어마어마하게 많이 썼다고 하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저출산 대책이 없었다고들 느끼는 것처럼, 기후 재정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밝혔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 (사진 파주시을 국회의원 박정 유튜브 채널 캡쳐)/뉴스펭귄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 (사진 파주시을 국회의원 박정 유튜브 채널 캡쳐)/뉴스펭귄

정 교수는 기후위기 관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이 정말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탄소중립을 명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노린 사업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방 도시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하천 관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토목 공사 계획이 핵심 내용이고 생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면서, “또 정부가 도시 단위 탄소중립을 위해 도시 계획에 탄소중립의 요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사업은 결국 그린벨트 해제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탄소중립 정책과 충돌되고, 기후 예산 내용을 들여다봐도 산업계 지원이 절반에 이를 정도여서, 진지하게 기후 재정을 마련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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