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두 개의 위기 중 하나를 해결하려고 섣부른 정책을 펼치면 또 다른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행동이 한편에서는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테면 토착 생태계가 구성돼 있는 드넓은 초원을 탄소 흡수량이 높은 단일 수종 숲으로 바꿔버린다거나, 중요한 생물다양성의 터전이지만 한편에서는 메탄 배출원으로 지목받고 있는 습지를 없앤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
기후위기(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두 문제는 모두 무엇이 더 시급하다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글로벌 과학자들은 이 두 문제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접근 방식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 문제가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런던동물학회와 요크대학교 과학자들은 최근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와 파리협정은 기후, 자연, 인류를 위한 공동 협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는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서 종의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초래하지만, 건강한 생태계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그 영향을 완화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논문에서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을 채택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두 가지 위기 중 하나를 해결하려는 작업이 오히려 다른 쪽의 진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요크대학교 이딜 보란 교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를 통합해 보지 않으면 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다른 위기에서 후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미 완전하게 기능하고 있는 자연 상태의 초원을 인공적인 숲으로 대체하는 것은 온실가스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전에 그 초원을 기반으로 살아가던 생태계와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습지, 초원 등 자연환경을 인위적인 단일 수종 숲으로 대체했을 때 기존의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해외 연구 결과들이 있다.
논문은 대신 자연 기반 솔루션(Nature-Bassed Solution)을 적절하게 구현하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서 맹그로브 숲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그 예로 들었다.
매년 산림 벌채, 새우 양식 등 인간 활동으로 감소하고 있는 맹그로브 숲이 복원되면 지구의 탄소 저장량이 늘어나고, 벵골호랑이, 필리핀 앵무새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확보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식량과 자원 등 경제적 이익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올해 10월과 11월 각각 예정돼 있는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을 채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된 정치적 도구가 두 국제적 약속을 이행해나가는 데 필수적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딜 보란 교수는 "각국이 이 두 가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겠다는 국제적 조약에 서명했지만, 각 위기를 다루기 위한 행동이 통합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도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후 행동이 생물다양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영역을 식별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각 목표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동물학회 나탈리 페토렐리 교수는 "기능하는 생태계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와 깨끗한 물 사용 등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친다"며, "각국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연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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