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맴~맴',  '쐐애애애', '스삐오스 스삐오스'

도심 아파트를 감싸는 '떼창'의 향연. 수컷 매미들이 암컷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르는 이 세레나데는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매미는 과거 '맴맴' 운다고 '맴'이라 불리다가 '매미'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한국에 사는 매미 12종만 해도 울음소리에 큰 차이가 난다.

우리가 흔히 매미 소리라고 묘사하는 '맴맴' 소리의 주인은 참매미다. 애매미는 '스삐오스 스삐오스 치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가장 거슬린다고 불평하는 말매미는 '쐐애애' 소리를 낸다.

이 3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매미이기도 하다.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을 통해 확인한 '우리나라 매미 분포' 기록에 따르면 말매미 관찰 기록이 19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참매미(152건)와 애매미(5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왼쪽부터 참매미, 애매미, 말매미 (사진 '한국매미'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왼쪽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참매미, 애매미, 말매미. (사진 '한국매미'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유독 거슬리는 말매미
도시에 많은 이유

한국 매미 중 몸집이 가장 큰 말매미는 기온이 높을수록 더 힘차게 울 수 있다. 울음소리를 담당하는 배의 근육 떨림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말매미 소리는 80dB 정도로 다른 매미가 60~70dB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수준이다.

'맴맴' 우는 참매미도 비슷한 강도의 소리를 내지만 리듬감 있게 끊어서 운다. 그와 달리 말매미는 일정한 소리를 길게 내는 탓에 사람들 귀에 깊게 박힌다.

그러나 말매미는 억울하다. 더운 곳을 찾아 1970년대부터 도시에 자리 잡았을 뿐이다. 윤기상 박사 등 전문가들은 수도권 열섬 효과와 제한적인 가로수 종류 등이 도시의 말매미 개체수를 늘렸다고 봤다.

먼저 도심 중심부 온도가 외곽보다 높게 나타나는 열섬 효과는 높은 온도에서 잘 우는 말매미에게 적절한 환경을 조성했다. 2019년 이화여대 연구진 등에 따르면 열섬 효과가 큰 지역일수록 말매미 개체 밀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선 말매미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지역이 서울 강남이었으며 경기 소도시보다 최대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들이 도시를 개발하면서 기존 생태계를 없애고 플라타너스와 벚나무, 느티나무 등 가로수를 심었는데 이 수종들을 특히 선호하는 말매미는 인간 곁에 살게 됐다. 소음처럼 느껴지는 말매미 울음소리를 더 많은 이들이 듣게 된 배경에 인간의 욕심이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원래 매미는 햇빛에 반응해 활동하는 '주광성 곤충'으로 밤에는 잘 울지 않았다. 하지만 야간에도 빛나는 조명이 만든 빛공해와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 현상으로 매미들은 한밤중에도 낮인 줄 알고 우는 것이다.

여름의 매미.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여름의 매미.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말매미에게 더 무거운
기후위기의 무게

더군다나 말매미는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다. 기후위기로 활동 시기나 분포, 크기 변화가 현재 뚜렷하거나 향후 뚜렷할 것으로 보이는 종에 속한다.

말매미가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는 아직 없으나, 도심 한복판에서 몇 달만 울다 생을 마감하는 말매미에게 지구가열화는 유독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제18회 자생 동식물 세밀화 공모전'에서 말매미를 섬세하게 표현해 성인부 최우수상을 받은 박지호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도심의 높은 기온과 가로수는 말매미에게 최적의 환경이 돼, 누구보다 큰소리로 다른 매미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이 도시의 여름을 차지하게 됐다. 말매미는 기후변화 지표종으로서, 그들이 짝을 찾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가 우리에게는 마치 기후위기의 경종을 울리는 엄중한 경고음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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