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자글자글한 주름과 게슴츠레한 눈, 흘러내릴 듯한 입...

이상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관심받지 못한 야생동물을 알리는 사람이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야생동물 보존 및 생태학 박사생인 프란치스카 비르투오소는 특이한 생김새를 지닌 야생동물을 소개하는 ‘Love the Ugly(못생긴 것을 사랑하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NS 계정 개설은 물론, 바헤닝언대 매거진에 칼럼도 연재해 한 종씩 소개하고 있다.

못생긴 야생동물로 알려진 이들 중에는 멸종위기종도 있다. 어떻게 생겼든 그 자체로 존중받고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게다가 못생김의 기준도 지극히 인간의 관점일 뿐. 이들은 그냥 '생겼을' 뿐이다. 오래, 또 자세히 볼수록 매력적인 야생동물 5종을 소개한다.

 

주름얼굴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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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주름얼굴독수리. (사진 San Diego Zoo - Wildlife Alliance)/뉴스펭귄

아프리카의 가장 큰 맹금류인 주름얼굴독수리는 날개 길이만 3m에 달한다. 독수리답게 사체를 먹는데, 특유의 강한 부리 덕분에 다른 독수리들이 먹지 못하는 거친 힘줄, 인대, 심지어 뼈까지 먹어치운다.

자글자글한 주름은 사체에 머리를 집어넣고 고기를 뜯어야 하는 이 독수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썩은 사체에 있는 박테리아가 깃털에 묻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이다. 주름얼굴독수리는 평생 한 짝꿍과 지내고 새끼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부모이기도 하다. 

주름얼굴독수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전세계 4만 마리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극물이 묻은 사체를 먹고 사망하는 탓에 멸종위기에 처했다.

 

안경원숭이

안경원숭이. (사진 New England Primate Conservancy)/뉴스펭귄
안경원숭이. (사진 New England Primate Conservancy)/뉴스펭귄

영장류 중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는 안구 하나의 무게가 뇌 전체의 무게와 같을 정도로 거대한 눈을 가졌다. 눈이 너무 커서 움직이거나 깜빡일 수 없어 올빼미처럼 머리를 360도로 돌린다.

현재 동남아에서만 보이는 이 안경원숭이는 얼굴이 작은 대신 팔과 다리가 길어 한번에 5m를 뛰어다닐 수 있다. 안경원숭이는 육식하는 유일한 영장류다. 또 예민한 동물이기에 안경원숭이를 만지거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한다. 현재 안경원숭이 11종 중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점박이하이에나

San Diego Zoo
점박이하이에나. (사진 San Diego Zoo)/뉴스펭귄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게슴츠레한 눈의 소유자 점박이하이에나는 한 노랫말처럼 ‘추악한’ 동물로 알려지며 나쁜 평가를 받아왔지만 아프리카 생태계에 필수적인 존재다.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사체를 먹어치워 질병 확산을 예방한다. 30분이면 영양 한 마리를 흔적 없이 먹어치운다.

또 뼈를 조각낼 수 있는 강한 턱과 이빨이 있어서 일부 새들은 하이에나가 부숴놓은 뼛조각을 섭취해 영양소를 채운다. 2021년 아프리카생태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뼈를 소화한 점박이하이에나의 배설물이 칼라하리 사막의 중요한 양분이 됐다고 보고했다.

점박이하이에나. (사진 Inspire African Safaris)/뉴스펭귄

 

블로브피시

블로브피시. (사진 Greenpeace/Rex Features)/뉴스펭귄
블로브피시. (사진 Greenpeace/Rex Features)/뉴스펭귄

영국 못생긴동물보호협회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1위로 뽑았던 어류 블로브피시는 코주부 얼굴에 입은 침을 질질 흘리는 듯한 모습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어류는 심해에 있을 땐 다른 어류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해수면 바깥으로 나와 모습이 바뀌었을 뿐이다. 젤리처럼 물컹한 피부는 부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적은 에너지로도 심해에서 생존할 수 있다.

한편 못생긴동물보호협회가 못생긴 동물을 선정하는 이유는 외모와 상관없이 모든 동물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벌거숭이두더지쥐

벌거숭이두더지쥐. (사진 Smithsonian's National Zoo)/뉴스펭귄
벌거숭이두더지쥐. (사진 Smithsonian's National Zoo)/뉴스펭귄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설치류 중 수명이 가장 긴 포유류다. 기껏해야 4년을 사는 쥐와 다르게 최대 37년을 산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다른 포유류처럼 고통을 느끼지 않고 암에도 걸리지 않으며 여왕만이 새끼를 가질 수 있다. 이 여왕은 끊임없이 번식하는데, 1년에 약 5번 임신하며 한 번에 새끼 13마리 정도를 낳는다. 평생 2000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눈은 너무 작아서 거의 퇴화했고 후각과 촉각에 의존해 살아간다. 주로 지하에 서식하기 때문에 햇빛으로부터 보호할 털이 필요하지 않다. 주름진 피부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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