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그만! 식품부산물, 어디까지 먹어 봤니?

  • 남예진 기자
  • 2024.01.31 16:51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버려진 것도 다시 보자'는 말처럼, 제 기능을 잃은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이 패션, 생활용품에 이어 식품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버려지는 교복, 소방복을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하는 것부터 시작해, 플라스틱 병뚜껑을 치약짜개로, 헌 지폐를 방석으로 만드는 등 독창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이를 '가치소비'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맥주박, 콩비지, 유청 등과 같은 부산물과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동물사료, 비료로만 사용하지 않고 새 가치를 불어넣는 '푸드 업사이클링' 역시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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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퓨처 인사이트는 2022년 전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을 530억 달러(70조 7550억원)로 추정했고, 2032년에는 약 830억달러(110조 680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푸드 업사이클링이 전세계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대체 무엇일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생산된 식량 중 31%가 폐기된다. 폐기과정에서 온실가스 13억톤이 배출되며, 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에 달한다.

환경부에서도 2021년 기준 전국에서 부산물, 못난이 농산물 등을 포함해 음식물 447만5630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고 밝혔다.

즉 푸드업사이클링을 통해 자원가치가 있는 제품들의 새 값어치를 되찾을 경우 자원손실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와 폐기물 처리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식량위기 해결책으로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어떤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지고 있을까?

 

콩 비지

비지는 두부나 두유를 생산할 때 만들어진다. 오른쪽은 익사이클 바삭칩 트러플맛과 핫스파이시맛.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비지는 두부나 두유를 생산할 때 만들어진다. 오른쪽은 익사이클 바삭칩 트러플맛과 핫스파이시맛.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콩 비지'는 두부나 두유를 생산할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로 콩의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이 풍부해 찌개에 주로 사용된다.

CJ제일제당은 푸드 업사이클링의 일환으로 사내벤처 '익사이클(Excycle)'을 통해 콩 비지와 햇반에서 나온 못난이 쌀을 약 30% 첨가한 '익사이클 바삭칩' 3종을 출시했다.

오리지널은 누구나 담백하게 즐길 수 있고, 핫스파이시맛과 트러플맛은 깔끔하지만, 짭짤한 풍미 덕분에 다양한 술과 페어링해도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재료 특성상 달걀 1개 분량의 단백질과 바나나 2개 어치의 섬유질이 함유했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포장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가치를 더했다.

업체 측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치소비와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미국  에스니마켓과홍콩, 말레이시아 주요 유통채널인 이온(AEON)몰 등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람과 지구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못난이 쌀

왼쪽은 도정된 쌀. 오른쪽은 세븐일레븐에서도 판매 중인 비건 아이스크림 '나이스케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왼쪽은 도정된 쌀. 오른쪽은 세븐일레븐에서도 판매 중인 비건 아이스크림 '나이스케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못난이 쌀'은 품질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도정 과정에서 깨지거나 손상된 쌀 즉 '싸라기'를 일컫는다. 주로 떡이나 가축사료 원료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디저트 재료로도 활용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비건 디저트 전문기업 써스테이블에서 유당불내증 환자부터 비건인들도 즐길 수 있는 순 식물성 아이스크림 '나이스케키'를 출시했다.

나이스케키는 해남에서 생산된 못난이 쌀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견과류를 사용하지 않아 원료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했다. 또 마카다미아, 캐슈넛 등이 함유된 여타 비건 아이스크림과 달리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어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이달 10일부터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즐겁게 건강을 지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각광받는 가운데 업계 최초로 쌀로 만든 순 식물성 아이스크림 출시함으로써 해당 트렌드의 새 카테고리를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청

국내에서도 유청을 업사이클링한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88양조장 인스타그램)/뉴스펭귄
국내에서도 유청을 업사이클링한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88양조장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유청은 치즈, 요거트 등 유제품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우유 10㎏로 치즈 1㎏를 만들 때 유청 9㎏가 분리된다. 과거에는 폐기 비용이 크고, 토양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오늘날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함유돼 영양학적 우수성이 인정받았고,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유청단백질포럼'에선 달걀, 우유, 소고기, 콩보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단백질 식품으로 지목됐다.

미국에서 유청 단백질을 업사이클링한 커피나 주류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청을 활용한 전통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농협 사내벤처기업과 88양조장은 김포 금쌀과 임실치즈 유청을 사용한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해당 제품은 유청의 깊고 풍부한 맛을 살렸다는 의미에서 '심우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당 제품은 88양조장 네이버 스토어 혹은 농협몰에서 판매 중이며, 하나로마트를 통한 공급도 검토 중이다.

 

맥주박

왼쪽은 건조 전의 맥주박. 오른쪽은 리하베스트에서 맥주박을 건조 후 가루형태로 바꾼 리너지 가루. (사진 위키피디아, 리하베스트 자사몰)/뉴스펭귄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보리에서 전분과 당을 제거한 부산물을 '맥주박'이라고 칭한다. 단백질이 27%가량 함유돼 있지만, 수분이 많아 가공이 어려운 탓에 대다수 폐기됐다.

푸드테크 기업인 리하베스트는 비료로 활용되던 맥주박, 식혜박 등을 식품으로 가공해 부산물의 새로운 쓸모를 보여주고 있다.

업체 측은 맥주박을 활용한 맥아분은 일반 밀가루 대비 단백질은 2.4배 식이섬유는 20배 이상 함유돼 있지만, 당류는 적어 열량이 40% 더 적다고 밝혔다.

리하베스트에서 개발한 리너지 가루는 기업에도 공급되고 있으며, 자사에서도 쫀드기, 그래놀라, 초코볼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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