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포장재 중 3분의1 가량이 식음료제품에서 나온다. 지난 10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은 113만9310톤이며, 그중 식음료제품이 32%를 차지했다.
식음료업계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면 유리병 포장재로 바꾸고 재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주도해야 할 환경부는 어정쩡하다. 환경에 미칠 영향보다는 기업체의 경제적 효과를 살핀다.
재사용은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을 말하고, 재활용은 압력을 가해 용도를 바꾸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리병 재사용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주류·음료병에 2003년부터 빈용기보증금제를 적용해 유리병 재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회수율은 96.4%로, 원활하게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소비자의 보증금과 생산자의 수수료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유리병, 금속캔 등 생산자는 재활용 분담금을 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재사용 부담금을 내는 빈용기보증금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회전율 낮고 설비비 높아"
성공적인 제도를 왜 확대하기 어려울까.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어떤 생산자가 재활용 대상이던 유리병을 보증금제 대상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바로 변경해줄 수 있다. 하지만 식음료제품 유리병은 사용기간이 길어 회전율이 낮고, 각 용량에 맞는 여러 설비를 마련해야 해서 생산자에게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또 "현재 유리병만 보증금제 대상인데, 이를 위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유리병으로 바꾸라고 강제할 순 없다"면서 "플라스틱을 유리병으로 바꾸든, 유리병을 재사용하든 결국 기업의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가 조사한 식음료기업 상위 7개사는 유리병 재사용 체계를 위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설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계획부터 vs 기업 의지부터
국제환경자문단체 리루프의 손세라 연구원은 "식음료제품 중에서도 음료병은 회전율이 높고, 주류병처럼 표준용기를 만들면 선별·세척 설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플라스틱 포장재를 유리병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정부가 대안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보증금제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손 연구원은 "유럽 코카콜라나 펩시가 유리병 표준용기를 만든 이유는 정부가 먼저 재사용 목표를 세우고 규제했기 때문이지 처음부터 기업들이 움직인 건 아니다"며 "플라스틱이나 유리병 무단투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환경부는 포장재 재사용 계획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유리병재사용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유리병에만 적용하던 빈용기보증금제를 식음료제품까지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뉴스펭귄>과 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환경부에 질의서를 보내 유리병 재사용 계획을 물었으나, 답변 시한으로 제시한 날로부터 10일이나 지난 지금까지 무응답이다.
한편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진행 중인 국제협약 초안에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재사용 목표 설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4년 말 마지막으로 열리는 5차 회의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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