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조형작가로 활동한 정의동 작가. 최근 회화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7년간 조형작가로 활동한 정의동 작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호랑이 같은 동물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호가 이뤄지지만, 한국의 다른 토착종이나 절멸한 동물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동물들을 작품으로 알리자고 마음 먹었죠."

자신을 '동물을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정의동 작가는 올해로 7년째 조형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3D디자인업체 '비타민상상력'의 기술이사직으로 근무하며 동물 복원품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일도 하고 있다. 멸종위기종부터 고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은 그의 손을 거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정의동 작가는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알리기 위해 예술을 시작했다. 판다처럼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만 많은 관심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보호 활동이 이뤄지는 동물도 있는 반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토착종이지만 보호받지 못해 멸종으로 내몰리는 동물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유명한 동물을 작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점박이물범, 상괭이,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수달 등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다룬다. 이들의 이름을 알려 조금이라도 멸종을 늦추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정의동 작가는 "멸종위기종과 절멸 동물은 사람들에게 소외됐기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소외돼 잊혀진 동물들의 상황이 안타까워 여러 작품활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버디에서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정의동 작가와의 일문일답.

 

정의동 작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정의동 작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Q. 작품으로 재탄생할 한국 토착종이나 멸종위기종을 선정하는 기준은?

A. 초창기에는 한국의 금개구리나 수원청개구리 같은 동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다.

또 '극사실주의'를 추구했던 만큼, 털이 있는 동물보다 양서류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알맞은 것 같아 개구리 같은 양서류를 많이 다루긴 했다. 이후 동물들의 동적인 모습에 집중하면서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동물들을 재현하고자 했다.

왼쪽은 점박이물범, 오른쪽은 수달을 묘사한 작품이다.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왼쪽은 점박이물범, 오른쪽은 수달을 묘사한 작품이다.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정의동 작가가 만든 양서류. 왼쪽은 수원청개구리 원형이며, 오른쪽은 금개구리 모형이다.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정의동 작가가 만든 양서류. 왼쪽은 수원청개구리 원형이며, 오른쪽은 금개구리 모형이다.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Q. 정교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작업시간도 상당할 것 같다. 가장 공들인 작품은 완성까지 얼마나 걸렸나.

A. 가장 공들인 작품은 도도새 1:1 크기 골격이다. 논문을 토대로 골격을 하나하나 출력한 후 조립하고 도색하기까지 총 3달을 소요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품도 많지만, 현재로선 도도새 골격이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다.

도도 1:1 크기 골격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도도새 1:1 크기 골격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Q. 동물 조형이라 디테일이 중요한데 관련 자료는 어떻게 얻는지.

A.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일 경우 전문가분들께 자문을 얻는 편이다. 양서류를 작업할 때는 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적어 동호회 도움도 많이 받았다.

멸종한 동물의 경우 디테일을 온전히 살리기 쉽지 않은 편이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달로 일부 멸종동물의 경우 살아있을 당시 어떤 색이고, 피부는 어땠는지 밝혀졌지만 여전히 베일에 쌓인 동물들도 많다. 결국 그런 공백은 작가 개인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그럴 땐 비슷한 과에 속한 동물의 외형을 참조하거나, 다른 작가들은 그 특징을 어떤 식으로 묘사하는지 조사하기도 한다.

도도새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도도새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최근에는 도도새 뼈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도도새의 경우 박제가 전부 타버려 머리와 발밖에 남지 않아서 털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알 방도가 없다. 그래서 작가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는 부분 중 하나다. 나 같은 경우 도도새가 비둘기과에 속하니까 비둘기 털처럼 묘사하지만, 다른 작가들은 도도새가 대형 조류인 만큼 타조처럼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Q. 작품 활동 중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A. 2020년에 상괭이가 한국에 사는 토종 돌고래이자 멸종위기종임에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패션 브랜드 비토 우와 함께 상괭이 그림이 들어간 의류를 만든 적 있다.

꼭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때부터 다른 기업과 기관에서도 상괭이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전까진 상괭이라고 하면 '살쾡이를 잘못 말한 거 아니냐', '저건 벨루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많았는데, 이젠 한국 토종 돌고래라는 인식이 꽤 많이 생겨서 뿌듯하다.

 

Q. 반대로 힘든 순간이 있다면?

A. 국내에선 동물 조형을 작품으로 인지하지 않고 피규어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가가 높은 정교한 피규어가 아니라 아이들의 장난감이라고 인식할 때 무척 아쉽다.

2019년에 호텔 아트페어에서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전시했을 때 많은 이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동물들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 작품 가격을 10만~20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측정했다.

그런데 '장난감이 뭐가 이렇게 비싸냐', '우리 애도 만드는 걸 왜 만드냐'고 평가하시는 분들이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2주, 길면 한 달 동안 큰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이런 평가를 들으면 씁쓸하다.

 

Q. 앞으로 키위새를 회화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A. 일단 국내에선 조형 시장이 무척 마이너한 데다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다. 반면 회화는 조형에 비해 시장이 크고 해외에서도 더욱 주목받는 편이다. 회화작업을 통해 인지도를 더 많이 얻게 되면, 소외된 동물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조형은 동물 그 자체를 다루지만, 회화는 그 동물을 둘러싼 풍경도 다루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상우 작가님과 김선우 작가님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상우 작가님 작품은 회화작업에 대한 관심을 끌게 했다면, 김선우 작가님 작품에선 밝은 색채와 작품 속의 희망찬 메시지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이전에 만든 조형작품은 사실적이고 흰색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색채를 시도할 것 같다.

많은 동물 중에서도 키위를 고른 이유는 뉴질랜드의 한 전설 때문이다. 전설에 의하면 숲에 벌레가 창궐하면서 많은 나무가 죽어가자, 신께서 벌레를 잡을 지원자를 모집한다. 벌레를 잡기 위해 땅으로 내려가면 날개와 깃털을 잃기 때문에 많은 새들이 거부하지만, 키위는 자신이 내려가겠다고 말한다. 키위의 용감한 선택이 좋아서 키위새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Q.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작품 외에도 실천 중인 활동이 있다면?

A. 대표적인 활동을 꼽자면 역시 후원이다. 현재 WWF(세계자연기금)와 연구비가 부족한 연구원분들에게 후원 중이다. 또 다른 작가님과 나무 심기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려아연, 트리플래닛과 함께 산불 피해지역에서 진행하는 숲 생태계 보전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Q. 작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A. 작품 활동 초기에도 밝혔지만, 소외된 동물들을 알리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 예술가로서 이름을 알려 작품이 주는 파급력이 향상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원앙사촌을 작업하는 것도 일종의 목표가 될 것 같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임에도 국내 표본이 2점뿐이고, 관련 자료도 전무하다. 해외 자료도 부족해 작품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암컷 원앙사촌 세밀화. 원앙사촌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돼있다.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암컷 원앙사촌 세밀화. 원앙사촌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으로 등재돼있다.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Q. 멸종위기종 보호 관련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A. 사람들에게 멸종위기종을 보호하자고 하면 나와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거나,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유명인들처럼 멸종위기종을 위해 후원할 처지도 안 되고, 어떤 식으로 동참해야 할지 모르니 막막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특별한 행동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멸종위기종의 존재를 인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상괭이가 어떤 동물인지 몰랐지만, 사람들이 점점 상괭이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나 기업에서 상괭이를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지고, 상괭이의 서식지를 개발하는데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된 동물들을 인지하고 공부하는 것도 멸종위기종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왼쪽은 정의동 작가가 제작한 상괭이 조형. 오른쪽은 작업 중인 정의동 작가.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왼쪽은 정의동 작가가 제작한 상괭이 조형. 오른쪽은 작업 중인 정의동 작가.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세부작업 중인 매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세부작업 중인 매 모형. (사진 정의동 작가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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