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하나하나의 기록이 모여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교내 투명유리창 충돌로 피해 입은 야생조류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기록을 넘어선 '문제 해결'이다.
이화여대 내에서도 조류충돌로 가장 악명 높은 곳은 ECC(Ewha Campus Complex) 건물과 연구협력관이다. <뉴스펭귄> 취재 결과 올해 9월까지 팀에서 확인한 교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피해건수는 각각 ECC 267개체, 연구협력관 38개체다. 10월 기록은 현재 검토 중이다.
이에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해당 구조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학교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일부는 희망에 한걸음 나아갔고, 일부는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ECC를 설계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대처방안 문의에 현재까지 묵묵부답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유리창 조류충돌 문제에 대해 학교 측에 건의했으나,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도미니크 페로 감독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감독 공식 메일과 SNS 계정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저희 측에서 접근했던 연락 관련해 따로 답변이 확인된 건 없다"며 "이후 SNS 태그 등을 통한 접근 과정에서 건축가 공식 계정으로부터 차단된 상황"이라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그렇다면 도미니크 페로 건축가와 학교 측의 허가 없이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건물 유리창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는 없는 걸까.
이 같은 궁금증에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뤄진 이 모니터링팀은 현실적인 난관과 고충을 피진했다.
이들은 "ECC의 경우 지하 건물 형태이긴 하지만 외부로 노출된 유리벽 위치를 일반적인 건물로 고려했을 때 4층 이상 높이를 가진 건물"이라며 "시공을 위해서는 전문업체 투입이 필요하며, 학교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바로는 건물 유리 면적이 6600제곱미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따라 일반적으로 시공하는 스티커 형태 기준 재료비만 최소 5000만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며 자체적 시공은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행히 연구협력관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곳은 ECC에 이어 교내에서 두 번째로 유리창 충돌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물이다. 특히 나무와 가장 가까운 연구협력관 남측면에서 대부분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2021년 교내 온라인 건의 게시판인 '이화에 바란다'에 연구협력관 남측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조치 시공을 건의했다. 그 결과 학교 측과 논의를 거쳐 실행에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이화여대 측은 모니터링팀의 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해 환경부 건축물·투명방음벽 조류충돌 방지테이프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저감조치 시공은 올해 2월 이뤄졌다.
교내 구성원들이 합심해 노력했음에도 그 과정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전면 유리 건물의 한 면만을 시공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마찰이 발생했다"며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여러 사람들 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연구협력관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시공된 첫 저감조치라는 점에서 이는 야생동물과 공생을 향한 희망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어지는 '이대 조류충돌' 3편에서는 교내뿐만 아니라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개진한 구체적인 외부 활동사례를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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