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조류충돌④] 공존의 공간…아모레퍼시픽과 구글 사옥에서 엿보다

  • 남주원 기자
  • 2023.12.28 17:55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대 조류충돌' 기획 시리즈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캠퍼스 안에서 펼친 교내활동과 학교 밖으로 나서 이뤄낸 대외활동을 함께 톺아봤다. 

이어지는 4편에서는 조류충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건축'으로 눈여겨볼 만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미 완공된 건축물의 경우에는 어떤 방안이 새들의 죽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일지 알아본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2023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2023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우선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을 꼽을 수 있다. 신용산역 바로 앞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2019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이 건축물을 좋은 사례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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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서울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한 건축물 설계자에게 수여한다. 1979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제41회를 맞았다. 시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서울시 건축문화와 건축기술 발전에 기여한 건축 관계자를 시상해 서울시 건축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상으로 여겨진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은 건물의 환경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입면에 부착한 얇은 차양판이 심미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가능성을 저감하는 다중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며 "비록 비의도 사례이지만 야생조류와의 공존과 건축적 가치가 함께 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옥 입면 전체를 둘러싼 얇은 차양판이 심미적인 가치와 생태환경적인 부분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는 평이다. 

정영선 조경가 손을 거친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 아모레퍼시픽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정영선 조경가 손을 거친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 아모레퍼시픽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1호 졸업생이자 최초의 여성 기술사인 정영선 조경가에게 본사 곳곳 주요 공간의 조경 설계를 맡김으로써 자연과 공존을 꾀했다.

정영선 조경가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사내 인터뷰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 그대로 다양한 모습을 최대한 존중하고 끌어내는 것”이라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2008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이화여자대학교 ECC 건물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ECC에서는 매년 100마리가 넘는 야생조류가 투명유리창에 충돌한다. 올해 9월까지 모니터링팀이 확인한 ECC 피해개체만 267마리에 이른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시민제보를 통해 각각 2019년, 2021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서울식물원과 인왕3분초 쉼터에서도 피해 개체를 확인했다.

이에 팀은 지난해 12월 서울특별시 건축상 심의 기준 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예방조치 등 생태적 공존 요소를 반영할 것을 건의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 건축상이 그 통로 역할을 해달라는 호소였다.

구글 베이뷰 캠퍼스 유리벽에 야생조류 30종 이름이 30개국 언어로 새겨져 있다. (사진 Google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구글 베이뷰 캠퍼스 유리벽에 야생조류 30종 이름이 30개국 언어로 새겨져 있다. (사진 Google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해외에서는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새로 문을 연 구글 베이뷰(Google Bay View)가 눈에 띈다. 베이뷰 캠퍼스는 구글이 처음부터 설계해 직접 지은 첫 사옥이다.

구글 베이뷰의 유리 외벽에는 아주 작은 단어들이 균일한 간격으로 새겨져 있다. 단어들의 정체는 실리콘밸리에 서식하는 야생조류 30종 이름이다. 이 새들의 이름을 30개국 언어로 새겼다.

구글 측은 새들이 이 같은 표시를 장애물로 인식해 피해가므로 투명유리벽으로 인한 야생조류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글 생태학팀은 베이뷰 캠퍼스에 버드나무와 참나무 수백그루를 심어 야생조류가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구글 베이뷰에 심어진 참나무 옆에서 휴식 중인 파랑새(bluebird). (사진 Google)/뉴스펭귄
구글 베이뷰에 심어진 참나무 옆에서 휴식 중인 파랑새(bluebird). (사진 Google)/뉴스펭귄

그렇다면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뮬런버그대학교 다니엘 클램 교수팀은 새들이 접근하지 않는 문양 간격을 연구했다. 그 결과 '2X4인치' 간격으로 문양을 표시할 때 가장 많은 새들이 이를 인지하고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단위로 환산하면 '5X10cm'다. 상하 5㎝ 이하, 좌우 10㎝ 이하 간격을 뜻한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은 5×10 규칙으로 문양이 내재된 유리를 사용하거나, 건축 설계 단계에서 새들의 충돌 가능성이 적은 디자인을 고안하는 방법 등을 통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9월 서천군 국도 방음벽에서 진행된 조류충돌 저감테이프 부착 활동. 작은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졌다. (사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뉴스펭귄
올해 9월 서천군 국도 방음벽에서 진행된 조류충돌 저감테이프 부착 활동. 작은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졌다. (사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뉴스펭귄

충돌방지용 점 스티커는 시간이 흐르면 자외선을 받으며 노후화돼 떨어진다. 이에 따른 미관적 문제와 재시공시 비용 증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부터 문양이 들어간 유리를 사용하길 제안하고 있다.

방음판 유리에 문양을 프리트인쇄해서 입히면 30년 이상 사용 가능하므로,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리창에 매, 수리와 같은 맹금류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은 전혀 효과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많이 행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정작 야생조류 유리창충돌 피해를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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