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이가 첫발을 내딛은 순간.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주영이가 첫발을 내딛은 순간.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화천의 마지막 사육곰 '주영이'가 새 보금자리에 첫발을 내디뎠다.

뉴스펭귄은 앞서 6일 <"사육곰 주영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기사에서 강원도 화천에 마지막으로 남은 웅담 채취용 반달가슴곰인 주영이의 구출 소식을 예고한 바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주영이는 8일 농장을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질 계획이었다.

주말이었던 지난 8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주영이의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일련의 준비 과정과 브리핑을 거친 후 안전을 위해 수의사를 포함한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소인원만 먼저 투입됐다.

주영이가 마취 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주영이가 마취 후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주영이 마취 작업은 무사히 성공했다. 단체는 잠든 주영이의 건강검진을 진행한 뒤 화천에 있는 보호시설로 옮겼다. 이 시설에는 흙과 바위, 지푸라기, 물웅덩이, 해먹, 놀잇감 등 곰들을 위한 개인공간과 방사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카라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함께 웅담 채취용으로 고통받던 곰 14마리를 구조해 돌보며 더 나은 생추어리를 짓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생추어리는 사육곰처럼 인간의 영향으로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야생동물에게 평생 안전과 복지를 제공하는 공간을 뜻한다. 가능한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자극을 충족시켜주는 등 이곳에 온 동물을 죽을 때까지 돌보는 역할을 한다.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뉴스펭귄

마취에서 깨어난 주영이는 눈앞에 보이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낯선 듯 어리둥절해했다. 한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 조심스레 첫발을 내디뎠다. 주영이는 한 발을 내디뎠다가 이내 다시 뒤로 빼기를 반복했다. 활동가들은 주영이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며 멀찌감치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단체는 "아무것도 없던 이전 시설보다 훨씬 누릴 것이 많은 곳, 이곳에서 주영이가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육곰은 웅담(곰의 쓸개) 채취를 목적으로 기르는 곰을 말한다. 1980년대 정부는 농가 소득 증가를 위해 곰의 수입과 사육을 권장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 정부는 사육곰을 예외 조항으로 분류했다. 개인이 곰을 사육하고, 그 곰이 10살이 넘으면 도살해 웅담을 채취하는 행위를 합법화한 것이다. 2023년에도 곰 사육과 도살은 여전히 합법이다. 사육곰은 현재 전국에 약 300마리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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