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석유화학·정유산업의 온실가스배출량은 2020년 기준 한국 총배출량의 14.8%다. 그만큼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영향이 크다.
석유화학제품을 만들려면 화석연료를 태워야 한다. 화석연료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제조공정에서 동시에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국내 산업 환경에 있는 여러 업종 중 2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다.
| 구분 (단위 : 1000톤)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
| 연료연소 | 석유정제 | 17,967 | 20,153 | 17,210 | 17,434 | 20,136 | 17,797 |
| 화학 | 18,947 | 23,945 | 22,746 | 26,401 | 28,779 | 31,490 | |
| 탈루 | 석유 | 247 | 256 | 272 | 276 | 269 | 246 |
| 산업공정및제품생산 | 화학산업 | 27,097 | 29,375 | 30,998 | 30,956 | 29,819 | 28,875 |
| 간접배출(전력) | 석유정제 | 5,280 | 5,892 | 6,198 | 6,370 | 6,079 | 5,156 |
| 화학 | 20,653 | 21,934 | 23,177 | 24,025 | 22,303 | 19,275 | |
| 합계 | 90,191 | 101,555 | 100,602 | 105,463 | 107,385 | 102,838 | |
| 국내총배출량 비중(%) | 13.00% | 14.00% | 13.50% | 14.00% | 14.50% | 14.80% | |
기업들의 기후행동을 평가하는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2위 산업인 석유화학과 정유업종 기후행동 평가에서 주목할 지점을 꼽아봤다. 프로젝트팀은 <뉴스펭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 지속가능발전학회 등이 공동으로 구성하고 있다.
석유화학・정유, 온실가스 감축 실적 드러나기 어려운 때
기업은 기후행동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투명한가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업종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일부 업체는 원유를 가공해 만든 나프타라는 물질 혹은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이를 재료로 써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같은 기초 원료를 생산한다. 다른 업체들은 이렇게 생산된 기초원료를 이용해 합성고무와 합성섬유 원료 등을 만든다. 온실가스100만톤클럽에 속하는 석유화학・정유업종 기업은 대부분 나프타와 천연가스로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다.
석유화학과 정유업종은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유럽연합도 지난달 6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초안을 발표했는데, 석유화학업종은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란 유럽연합이 다른 나라로부터 탄소배출이 많은 물건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석유화학업종에서 온실가스 저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연료를 찾는 '연료대체' 분야다. 그러나 부생가스 활용기술, 전기가열 분해공정 등 연료대체 핵심기술은 2030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과가 뚜렷한 온실가스 절감 수단이 없는 현재, 석유화학과 정유업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업여건에 좌우된다. 매출이 늘어나거나 사업 확장이 계속되는 경우 온실가스배출량도 늘어난다. 이를 고려해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분석하면서 다른 업종과 달리 투명성과 적극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있거나, 없어도 배출량에는 반영되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문 목표치 전체가 후퇴한 원인
현 정부가 2023년 4월 확정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이전 정부 대비 산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였다. 이는 석유화학과 정유업종의 감축 어려움을 반영한 결과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국회 보고자료를 보면, 정부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낮추는 근거로 “바이오 나프타 부족, 수소혼소기술 상용화 지연으로 석유화학 온실 감축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동진 기후행동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사실상 석유화학업종 온실가스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시간을 더 준 사이, 석유화학업체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보다는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업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S-OIL은 국내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 사업 샤힌 프로젝트에 몰두 중이다. 해당 사업이 끝나면 2026년까지 석유화학사업 비중이 현재 대비 2배 늘어나고, 180만톤 규모 스팀크래커 등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시설이 들어선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은 2022년 6월부터 대산 HPC공장을 가동하며 석유화학사업을 확장했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시에 석유화학 설비 중 하나인 올레핀 생산시설을 2023년 내 가동 개시할 예정이다.
| 업체명 | 확장계획 |
| S-OIL |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 사업인 9조2000억원 규모의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까지 석유화학사업 비중 2배 확대. 180만톤 규모의 스팀크래커 등 복합 시설. |
| HD현대오일뱅크 |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은 3조원 이상을 투입한 대산 HPC 공장 가동(2022년 6월)을 시작으로 석유화학사업 확장. |
| GS칼텍스 |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전남 여수에 석유화학 설비인 올레핀 생산시설(MFC·Mixed Feed Cracker)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 |
당장 어렵다면 2030, 2050 목표라도
석유화학업체들의 온실가스배출량 추이를 보면 2020년에 감소했다가 2021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석유화학·정유기업, 정부의 노력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즉각 나타나긴 힘들다고 해도, 정부와 기업이 자세한 목표를 세우고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동진 소장은 “최근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ㆍ정유산업 100만톤클럽의 2021년 온실가스배출량은 2018년 대비 9% 늘었다.
최 소장은 "온실가스 다배출 부문의 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배출량 감축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만, 업체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더딘 편이다. 기업들이 2030년과 2050년의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하지만, 정부의 목표 후퇴로 배출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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