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사진 flickr Bernard DUPONT)/뉴스펭귄
남방큰돌고래. (사진 flickr Bernard DUPONT)/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호주 모레턴만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들이 굶주림을 피하고자 위험천만한 구걸 행위를 벌이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레저 낚시꾼들의 선박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구걸하는 남방큰돌고래. (사진 퀸즐랜드대학교 Léonie Huijser박사)/뉴스펭귄
레저 낚시꾼들의 선박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구걸하는 남방큰돌고래. (사진 퀸즐랜드대학교 Léonie Huijser박사)/뉴스펭귄

연구를 진행한 레오니 하이세르(Léonie Huijser) 박사는 호주 모레턴만 인근서 목격되는 남방큰돌고래의 사회구조를 연구하던 중, 선박 주위를 맴돌며 레저 낚시꾼들이 버리는 미끼나 어획물을 노리는 남방큰돌고래를 발견했다.

하이세르 박사는 이를 일종의 '구걸' 행위로 보고, 얼마나 많은 남방큰돌고래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7~2020년 동안 모레턴만에서 총 245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한 결과, 18마리가 구걸 중이었다"고 밝혔다.

또 모레턴만 인근의 브리비섬과 노스 스트라드브로크섬 주위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하이세르 박사는 "현장 작업 중 남방큰돌고래가 우리에게도 접근했지만 먹이를 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유히 떠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에서 남방큰돌고래의 구걸 행각이 보고된 적 없는 만큼, 비교적 최근에서야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남방큰돌고래들은 왜 먹이를 구걸하기 시작한 걸까?

정확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약 20년 전 모레턴만의 남방큰돌고래 일부가 저인망 어선을 뒤쫓아 다니며 버려지는 혼획물을 섭취하듯, 오늘날에는 레저 낚시꾼들이 불법 투기하는 미끼와 어획물을 섭취하기 위해 구걸 행각을 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클 노드(Michael Noad) 지도 교수는 "단기적으로 본다면 구걸 행위가 남방큰돌고래의 굶주림을 쉽게 해결해주겠지만, 마치 정크푸드를 섭취하는 것처럼 식중독이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남방큰돌고래들은 선박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머지 선박 프로펠러에 의해 지느러미가 잘려나가거나, 낚싯줄이 지느러미에 얽히고 말았다. (사진 퀸즐랜드대학교 레오니 하이세르 박사)/뉴스펭귄
일부 남방큰돌고래들은 선박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나머지 선박 프로펠러에 의해 지느러미가 잘려나가거나, 낚싯줄이 지느러미에 얽히고 말았다. (사진 퀸즐랜드대학교 레오니 하이세르 박사)/뉴스펭귄

또 "선박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박 프로펠러에 부딪혀 상처를 입거나 낚싯줄에 얽히는 등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남방큰돌고래도 사회적 동물인 만큼, 서로의 행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구걸 행위가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노드 교수는 "남방큰돌고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불법으로 먹잇감을 주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할 필요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세르 박사는 "향후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구걸 지역을 밝혀내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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