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강원, 경기, 경북을 잇는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호를 우선해야 할 숲생태계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녹색연합은 한국전력의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경북 울진의 백두대간보호지역 1곳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4곳을 관통한다고 1일 밝혔다.
2008년 4차 전력수급계획으로 추진한 초고압송전선로 건설사업은 강원(삼척, 영월, 정선, 평창, 홍천, 횡성), 경기(가평, 양평), 경북(봉화, 울진) 등 3개 도, 10개 지자체를 거쳐 송전선로 230km와 송전탑 440여 기를 세울 예정이다. 동부 구간 7개와 서부 구간 4개로 나뉜다.
일부구간 멸종위기종 서식 확인됐지만
환경부는 지난 4월 '조건부 동의'
문제가 되는 지역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동부 1~3구간이다. 동부 1구간은 울진 응봉산, 동부 2구간은 봉화 묘봉과 백병산, 동부 3구간은 봉화 구룡산과 청옥산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지나간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동부 1~3구간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했다. 현재 산림청과 백두대간보호지역 개발행위 사전협의 등 산지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동부 3구간이 지나는 구룡산은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을 관통한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인 공간으로, 동부 3구간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이 지역에서 산양,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됐다.
산림청 지정 '주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도 관통
금강송 분포해 대형산불 위험도
아울러 동부 1~2구간은 2022년 발생한 울진·삼척의 대형산불 피해지를 지나가는 데 더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숲이 발달한 곳으로 알려졌다. 동부 1구간이 관통하는 응봉산은 산림청이 지정한 '주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18곳 중 하나다. 산림청은 응봉산을 '세계 최고의 보전상태를 자랑하는 200년 이상의 금강송이 곳곳에 분포'하며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아 우수한 산림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으로 설명한다.
이에 녹색연합은 "산불이 대형화, 일상화되는 위급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초고압송전선로 사업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산사태위험지구이자 소나무가 대거 조성된 곳에 송전선로를 설치한다면 재난 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30개 송전선로에서 59건 고장이 발생했고, 500여 시간 동안 선로가 정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녹색연합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과거 사례를 들며 이번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우려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훼손한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개발사업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처음엔 전체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케이블카 관광지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백두대간보호법과 산림보호법 제정 후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개발사업"이라며 "백두대간이라는 생태축 자체를 훼손하기 때문에 일부 구간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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