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베트남 기온이 44.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일으킨 지구가열화와 엘니뇨 현상을 이번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베트남 북부 뚜엉 즈엉 일대 기온이 44.2℃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날 라오스 루앙 프라방 기온이 43.5℃, 태국 방콕 기온이 4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보통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4월부터 5월 사이가 가장 덥지만, 올해 더위는 유독 심하다. 지난 3월 말부터 동남아시아 지역 대부분에서 기온이 40℃를 웃도는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과 인간이 초래한 지구가열화를 이번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태평양 동부 수온이 평소보다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의 여파로 동남아시아가 더욱 덥고 건조해졌다고 추정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부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를, 라니냐는 0.5℃ 이상 높은 상태를 말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년간 라니냐 현상이 해수 온도 상승을 억제해왔지만, 올해 중반부터는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구가열화가 이번 폭염을 불러왔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베트남 기상학자 응우옌 응옥 후이(Nguyen Ngoc Huy)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구가열화의 맥락에서 이번 폭염은 매우 걱정되는 현상”이라며, “이 현상은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예상해 온 극단적인 기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어간다는 걸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9일 보도에서 동남아시아의 폭염을 “기후위기의 암울한 징조”로 평가했다.
이미 지난 4월 스페인과 모로코 등 지중해 지역을 덮친 이례적인 폭염의 원인이 지구가열화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제 기후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지구가열화가 지중해 지역 폭염의 주요 원인인지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지역 기후 정보를 토대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현재 환경과 산업화 이전처럼 현재보다 기온이 1.2℃ 낮은 가상 환경의 기후를 비교한 결과, 현재 기온이 가상 환경에서의 기온보다 최대 3.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중해 지역의 폭염은 인간이 만든 지구가열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동남아시아 지역의 폭염이 가뭄과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 쌀, 커피, 야자수 재배 등 농업에 의존하고 있어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간지 타임지는 8일 보도에서 “이번 폭염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 강우량이 평소보다 40%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임지는 방글라데시 쌀연구소가 농부들에게 고온 기간 동안 논의 물 깊이가 10cm 정도 되도록 유지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미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논이 말라버린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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