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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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파브르 곤충기 전집을 샀다. 

얼마 전 회사 창간 5주년을 맞아 작성했던 곤충 관련 기사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산 건 아니다. 취재의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다. 

기사를 작성하는 며칠 동안 우리 곁에 있거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곤충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마음이 복잡미묘해졌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번 곤충 기사를 쓰기 전까진 곤충은 물론이고 생태계조차 큰 감흥 없이 종이 위 단어나 데이터 속 숫자 정도로만 대했었다. 동식물의 생동감도 깊게 느꼈다기보단 그것을 담아낸 활자와 사진 그리고 동영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사를 작성하면서 나름 긴 시간 동안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에 대해 진득하게 알아가다 보니 생각과 마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지구 어디에나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지구엔 2경마리 쯤 되는 개미가 있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곤충 종의 3분의 1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데, 어떻게 나의 삶은 그리도 견고하고 고요할 수 있었던 건지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지구상에 있는 다양하고 많은 생명들 중 상당수가 산업화·도시화·기후변화 등으로 고통과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이 괴롭기도 했다. 오랫동안 아껴온 대상의 아픔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호주의 사회과학자 리베카 헌틀리는 자신의 저서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 할 때'를 통해 전 서호주 총리 카먼 로런스(Carmen Lawrence) 주도로 수행된 기후 관련 연구 등을 인용하면서, "사랑은 기후변화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라고 얘기했다.

개인적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관심 대상(objects of care)'에서 시작한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내집단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라는 인간의 강력한 공동 특성으로 인해 공동체·사회·도시·변화 운동 등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을 논의하는 수준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틀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된 수많은 과학적 증거나 데이터보다 상대방의 '관심 대상'을 이해하고 연대감과 연결시켜 기후행동으로 확장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곤충 백과사전이 아닌 파브르 곤충기 전집을 샀다.

파브르가 반평생 관심 갖고 사랑한 곤충들에 대해 쓴 객관적이면서 문학적인 관찰기를 본다면 새삼 애틋해진 생태계 전부를 올바르게 사랑할 방법도,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잘 알 수 있게 될까 싶어 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쯤엔 생태계에 대한 내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해져 있길 바란다.  

(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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