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지정된 산양의 서식지가 개발로 인해 훼손될 위험에 처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주인3리에 위치한 절골마을 주민들은 모두 약 300~400m 거리에 있는 울진산업개발의 고령토 광산 확장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 <뉴스펭귄>이 절골마을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바로 앞에 있는 산에서 산양이 다니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 앞에 위치한 산은 응봉산의 줄기 중 하나다.
한 주민은 "산양이 많이 다닌다. 한 마리도 아니고 6마리씩 내려왔다가 가기도 한다. 새끼도 본 적이 있다. 내려와서 물도 먹고 올라가고 그런다"라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민이 직접 촬영한 산양. 마을 앞에 위치한 산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기자가 마을 주민들이 산양을 자주 발견했다는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14곳에서 산양 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양이 먹이를 먹고 되새김질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장소도 확인됐다.
㈔한국산양·사향노루보호협회 울진군지회 김상미 사무국장은 "산양 휴식처가 맞다"라며 "(나무에 붙어있는 털도) 산양 털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개발 확대 시 우려되는
산양 서식지 파편화 현상
산지일시사용 허가 변경 신청이 들어온 장소는 마을에서 보이는 산의 뒷면 중 일부로, 오랜 기간 고령토가 반출되지 않고 쌓여있는 광산 옆에 위치해 있다. 울진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산지일시사용 허가 변경 신청 사항이 확인되고 있다.
김상미 사무국장은 "지상 위에 있는 동물들은 계속 움직이는데 특히 산양은 반경 15㎞가 자기 구역이다. 그러면 낮 동안 (마을에서 보이는 산 앞면에) 계속 있는 게 아니다. 연결된 능선으로 이동한다"라며 "응봉산이 굉장히 큰 서식지인데 그 하나가 다 그냥 연결통로고 서식지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도 응봉산 인근에서 그물에 뿔이 걸린 산양이 구조되는 등 서식 범위가 넓게 확인되고 있다.
이어 그는 산양이 자주 발견되는 산의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 개발된다고 해도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파괴되면서 서식지 파편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상미 사무국장은 "통로가 막히면 서식지가 단절되면서 유전자가 고립된다. 유전자가 다양하게 교류돼야 건강한 2세가 탄생하는데 서식지가 파편화되고 고립이 되면서 멸종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게 놀랐던 사례가 있다. 2020년에 응봉산 계곡 한곳에서 어린 산양 9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사체가 신선해야 부검을 했을 때 바이러스, 질병 여부가 나오는데 그걸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인을 모르게 됐지만, 당시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생태학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개체들이 태어났을 수 있다는 전문가 소견이 나오기도 했다. 고립이 되고 유전자 교류가 다양하지 않으면 건강한 개체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산불에도 살아남은 산양들
보호수 '황금소나무'도 있는 산
산양들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는 이 산은 지난 3월 발생했던 산불에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산속에는 새카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가득해 화마로 입었던 피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황금소나무도 있다. 황금소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종으로, 엽록소가 적거나 없어서 잎 빛깔이 황금색을 지니게 된다.
절골마을 근처에 있는 이 황금소나무는 1992년부터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수령은 약 40년이다. 앞서 울진을 덮친 산불에도 보호를 받아 지켜졌다.
수십 년째 이 산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 개발을 위한 산지일시사용 허가 변경이 신청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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