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산양서식지에 풍력발전 추진 논란

  • 조은비 기자
  • 2022.10.01 00:00

예정지와 최소 80m 떨어진 곳에서도 산양 발견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산양이 사는 산이 풍력발전단지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산양은 해발고도가 높고 경사가 가파른 암벽이 있는 산에 서식한다. <뉴스펭귄>이 영양산양보호협회의 안내를 받고 찾아간 산양 서식지도 경북 영양군 영양읍 소재 매봉산에 있는 깊은 산중으로, 해발 519m에 위치한 암벽지대였다.

매봉산 해발 519m에 위치한 암벽. 산양 서식이 확인된 곳이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주민이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에서 생태자연도 등급 산정기준을 보면 보존을 원칙으로 하는 1등급 권역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주된 서식지 및 도래지 및 주요 생태축 또는 주요 생태통로가 되는 지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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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에 해당하는 산양 서식이 확인됐을 경우 인근 지역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산양이 발견된 지점과 매우 가까운 장소에 풍력발전단지 설립 계획이 허가된 상황이다.

지난 8월3일 협의가 완료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 근처를 집중 조사한 결과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이 확인됐고, 18호 풍력기 설치가 예정된 곳에서 북쪽으로 약 70m 떨어진 곳에서 산양 서식도 확인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산양에게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18호 풍력기 위치를 남측으로 약 250m 이동시키도록 했으며, 거리 기준은 영양제2풍력발전단지에서 약 290m 떨어진 곳에서 산양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정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수집한 자료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풍력발전단지 북쪽 일부 구역에서만 발견됐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가 예정된 거의 모든 구역에서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고 전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4월부터 험한 산길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직접 무인카메라를 설치했고, AWP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일대에서 총 18곳의 산양 서식지를 확인했다. 배설물과 뿔질 흔적도 101곳에서 발견했다.

왼쪽부터 주민들이 발견한 산양 뿔질 흔적과 배설물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왼쪽부터 주민들이 발견한 산양 뿔질 흔적과 배설물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지도로 확인했을 때 풍력발전단지 예정지와 산양 촬영 및 배설물 발견 지점은 매우 가까웠다. 예정지에서 불과 80m 떨어진 곳에서 촬영된 산양도 있었다.

위쪽부터 풍력발전단지 개발 예정지와 산양 촬영 지점, 배설물 발견 지점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위쪽부터 풍력발전단지 개발 예정지와 산양 촬영 지점, 배설물 발견 지점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무인카메라는 산양이 정해진 서식지에서 반경 약 15㎞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특성을 고려해 충분한 거리를 두고 각각 다른 장소에 설치됐다. 이 때문에 18곳에서 포착된 산양들은 모두 다른 개체일 것이라는 것이 영양산양보호협회 측의 설명이다.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들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들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무분별한 풍력저지 영양영덕공대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는 자료를 환경부 본부,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등에 제출했지만 재검토도 없이 28일 만에 조건부허가가 결정됐다.

이상철 영양산양보호협회 전회장은 "낙동정맥을 포함해 영양읍 송아리 일대에서 산양 서식이 확인되고 있고, 주민들이 GPS 위치까지 표시를 해서 제출을 했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제작 과정도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송재웅 대책위 사무국장은 "평가서를 작성하는 용역이 따로 있는데, 용역이 사업자에게 돈을 받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하게 평가가 될지 의문이다"라며 "해외에는 사업자가 돈만 내고, 환경부가 따로 조사 기업을 선정하는 공탁금제도를 운영 중이다. 문재인 전 정부가 공탁금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걸었지만 도입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일대에서 산양을 비롯해 수리부엉이, 하늘다람쥐, 담비 서식도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리부엉이 서식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 풍력발전단지 예정지에서 촬영된 담비, 하늘다람쥐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리부엉이 서식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 풍력발전단지 예정지에서 촬영된 담비, 하늘다람쥐 (사진 영양산양보호협회)/뉴스펭귄

이상철 전회장은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가 풍부한 곳은 보전돼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 같다. 주민들의 반대도 심하고, 산양이나 하늘다람쥐 등의 서식이 확인됐는데 재검토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환경부에 풍력발전팀이 신설된지 얼마 안돼서 그냥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이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이곳은 앞서 2017년에도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지역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적 연속성의 단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구지방환경청에 의해 풍력발전단지 설치가 부동의된 곳이다.

 

"환경과 주민들 삶 고려하지 않는 풍력발전기 반대"

현재 인근 마을 3곳에서도 풍력발전단지의 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상철 전회장은 "영양이 풍력발전기 전국 최대 밀집 지역이다. 경북에서 52%에 달하는 풍력발전기가 영양군에 몰려있다. 더 이상 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을 할 때 말했던 기준치와도 달라졌다. 회장은 "전체 높이가 155m인 3.3mw짜리를 설치한다라고 설명을 했는데 지금 설치하려고 하는 거는 높이 179m에 4.2mw로 바뀌었다. 환경부 동의서에는 기계 기술이 좋아져서 3.3mw와 진배 없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높이가 24m 늘어나면 지반 공사부터 틀려진다.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풍력발전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송재웅 사무국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사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환경과 주민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는 방식은 반대한다. 이익 당사자도 고려돼야 하지만 피해당사자도 고려가 될 수 있는 제도나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앞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먼저 사업자들이 허가를 받고 주민들이 나중에 아는 방식이 아닌,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을 검토한 뒤에 풍력사업을 해도 된다고 고시하면 그때 업체들이 사들이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무산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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