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 비악섬 원주민, 발사기지 건설로 땅 빼앗길 위기

  • 이후림 기자
  • 2021.11.18 12:45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주 비악섬 원주민들이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은 파푸아주 비악섬과 북말루쿠 모로타이섬이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부지 섬 원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지난해 스페이스X 수장 일론 머스크에게 특정 장소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 적도 부근 섬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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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당국 해양투자조정부 대변인은 "스페이스X 우주선을 해당 지점에서 발사하면 이후 다시 적도로 궤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한 바 있다.

머스크는 해당 제안에 대해 아직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인도네시아 당국 관리들은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땅을 우주선 발사기지에 알맞은 장소로 홍보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비악섬 원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공항, 발전소, 고속도로 등 섬 전체를 현대화하려는 국가 노력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비악섬 (사진 구글맵 캡처)/뉴스펭귄

비악섬에 거주하는 부족 360개 중에서도 특히 아브라우(Abrauw) 부족은 우주선 발사기지 예정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한다. 부족민은 약 90명 정도다.

마르첸 아브라우(Marthen Abrauw) 부족장은 "당국이 그 자리에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보존이 필요한 숲에서 나무를 베고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 서식지를 없애며 우리 부족을 쫓아내는 것과 같다"며 "원주민 입장은 분명하다. 계획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주기지 때문에 농장을 잃고 싶지 않다. 우리는 위성을 먹지 않는다. 토란을 먹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며 "그것이 우리 세대 삶의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에게 당국 입장이 아닌 우리 입장을 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파푸아인들에게 땅은 정체성"이라며 "우리는 우리 정체성을 잃을 것이다. 다른 어떤 부족도 그들 땅에 우리 부족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손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우려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사진 Unsplash)/뉴스펭귄

한편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는 1980년 아브라우 부족으로부터 250에이커(약 30만 평) 부지를 매입했다고 밝혀왔으나 15대에 걸쳐 해당 부지에 거주해온 원주민들은 땅을 판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확인 결과 기관 이름이 기재된 문서에 서명한 남성 4명은 부족 원주민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국은 우주선 발사기지를 아직 비악섬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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