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살해' 꼬리표 뗀 야생 코끼리 갱생기

  • 남주원 기자
  • 2021.11.15 18:00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사람 스무 명 이상을 죽인 코끼리가 훈련을 통해 갱생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인도 NDTV 등 현지매체는 주민 21명을 죽인 코끼리가 사살 대신 훈련과 보살핌을 받아 지금은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고 13일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르티(Moorthy)라는 이름을 가진 58살 야생 코끼리는 1990년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11명을 밟아 죽여 마을 주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무르티는 가까스로 사형 선고를 면했으나 이후 이웃마을 타밀나두주로 도망쳐 10명을 더 살해했다.

주민 21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타밀나두주는 무르티를 사살하는 대신 살리는 쪽을 택했다. 1998년 해당 주는 무르티를 생포해 테파카두 코끼리 캠프(Theppakadu Elephant Camp)로 보냈다. 

테파카두 코끼리 캠프는 1927년 설립된 인도 최대의 코끼리 캠프다. 무르티처럼 난폭하고 사람을 해친 많은 코끼리들이 이곳에 와서 훈련과 보살핌을 받았다.

무르티 담당 훈련사인 키루마란(Kirumaran M.)은 "내가 무르티를 훈련시킨 이후로, 수년 동안 무르티는 순진한 아이 같았고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고 AFP와 인터뷰에 말했다.

그는 "무르티는 굉장히 차분해서 어린 아이들이 같이 놀거나 껴안아도 절대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캠프 훈련사들은 매일 아침 코끼리들을 숲에서 캠프로 데려와 씻기고 저녁에는 다시 숲으로 돌려보낸다. 

코끼리들은 최대 150kg까지 운반해 사람들의 육체노동을 돕도록 훈련받는다. 또한 마을 주변 야생 코끼리의 공격을 막고 몰아내는 '경호 부대' 역할을 한다.   

테파카두 코끼리 캠프 (사진 Trip Advisor 공식 홈페이지 - Theppakadu Elephant Camp)/뉴스펭귄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인도에는 약 2만 5000마리에 달하는 코끼리가 산다. 이는 야생에 서식하는 아시아코끼리 개체수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최근 코끼리와 인간 사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캠프에서는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코끼리들을 훈련시키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누구보다 인간의 잘못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키루마란은 "코끼리가 사람이나 재산을 공격하는 이유는 오로지 그들의 서식지가 손실됐기 때문"이라며 "코끼리들이 살았던 모든 숲은 이제 인간이 거주하는 마을로 변했다. 코끼리들은 굶주려서 마을을 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보호단체들 또한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인간의 끔찍한 횡포에 코끼리들이 도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 동안 2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끼리로부터 공격받아 사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코끼리는 500마리 이상 죽었다. 그중 333마리는 감전사, 100마리는 밀렵 및 약물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인간과 코끼리 충돌을 막는 해결책은 코끼리 서식지를 보호 및 확장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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