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벼 냉해 저항성 최대 7배 높이는 유전자 찾았다

  • 남주원 기자
  • 2021.10.13 10:42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남극좀새풀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남극 식물이 추위에 강한 ‘세포집’을 짓는 비결이 밝혀졌다.

극지연구소는 벼의 냉해 저항성을 최대 7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유전자를 남극식물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형석 박사와 연세대학교 김우택 교수 연구팀은 남극좀새풀(Deschampsia antarctica)에서 'DaADF'라는 유전자를 분리해 냉해 저항력을 확인했다. 'DaADF'는 남극좀새풀이 저온의 남극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유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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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좀새풀 유전자 효능 실험 결과. (왼쪽 사진)DaADF 유전자 주입 시 외부 형태나 생장 속도는 일반 벼와 차이 없다 (오른쪽 사진)냉해 발생 시 일반 벼는 90% 이상 죽지만 형질전환 벼는 평균 53%, 최대 62% 생존한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팀에 따르면 'DaADF'를 주입한 벼는 섭씨 영상 4도에서 평균 53%, 최고 62%까지 생존했다. 섭씨 영상 4도는 벼가 냉해피해를 심각하게 입을 수 있는 온도로, 일반 벼는 동일한 조건에서 8%만 살아남았다. 

일반 벼의 생육조건인 섭씨 영상 28도에서는 두 그룹 사이 외형 및 생장 속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에는 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액틴'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DaADF' 유전자는 액틴의 구조를 쉽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추운 지역에서 단열이 잘 되는 집을 짓는 것처럼 DaADF가 식물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추운 환경에 유리한 형태로 액틴을 변형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식물의 전략이 유전자에 남아있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구팀은 지난해에도 남극좀새풀을 추위와 건조 환경에 강하게 만들어주는 'GolS2'라는 유전자를 찾은 바 있다. 'GolS2'는 수분 증발을 막거나 내부에 에너지가 쌓이도록 도와 극한 환경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남극좀새풀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남극은 강추위는 물론이고 극야와 백야 등 계절에 따라 해가 떠 있는 시간이 크게 달라 식물이 살기 어렵다. 이 같은 악조건 때문에 남극에서 꽃이 피는 식물은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2종뿐인데, 이들 개체수는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남극좀새풀은 최적 생육온도가 섭씨 13도이나, 섭씨 0도에서도 광합성 능력 30%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저온 환경에서 잘 적응한다. 또한 벼와 유전적으로 유사해 벼의 냉해 피해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석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전자변형작물(GMO)과 관련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극식물 유전자의 기능은 살리면서 유전적 변형은 최소화시켜, 합법적인 신품종 작물을 개량할 수 있도록 유전자 편집 연구를 추진할 계획”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한 식물과학 저널 '프론티어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남극좀새풀 DaADF 유전자를 활용한 내냉성 벼 연구'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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