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만년설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검은 벌레 정체

  • 임병선 기자
  • 2021.08.30 16:55
캐나다 브리티쉬컬럼비아주에서 발견된 얼음벌레 (사진 Dick Culbert - flickr)/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만년설이 두껍게 쌓인 미국 레이니어 산과 알래스카 전역, 캐나다 브리티쉬컬럼비아주에서는 매년 여름이 되면 눈 속에서 검은 벌레 수십억 마리가 밖으로 기어 나온다.

학자들은 이 곤충을 얼음벌레(Ice Worm)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학명은 메센키트라에우스 솔리펑거스(Mesenchytraeus solifugus)다. 최근에는 빙하가 사라지면서 얼음벌레도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얼음벌레는 환경이 4℃로만 올라가도 죽는다.

차가운 눈 속에서 일생을 보내는 곤충은 지구 상 얼음벌레가 유일하다. 왜 여름에만 나타나는지, 여름 이외 시기 눈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등 생육 상황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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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SGS, Alaska Science Center)/뉴스펭귄

얼음벌레 존재가 처음 보고된 것은 1898년이지만, 발견 이후 학계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얼음벌레를 연구하는 워싱턴주립대 생물학자 스콧 허털링(Scott Hotaling)는 얼음벌레가 마치 지렁이처럼 얼음 속에서 박테리아와 조류를 먹고 노폐물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레이니어 산에서 얼음벌레를 먹는 조류 5종을 발견했다. 이는 생태계 일부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 Scott Hotaling)/뉴스펭귄

허털링은 눈이 마치 이글루 역할을 해 얼음벌레가 눈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겨울철 바람이 몰아치는 눈 바깥은 영하 40℃ 환경이지만, 눈 속은 0℃가량을 유지한다. 2018년 미국 로완대, 뉴저지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음벌레는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인 ATP를 합성하는 특별한 효소 덕분에 0℃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지구 전역에 살았던 얼음벌레는 약 2만 년 전 홍적세 빙하기가 끝날 때 우연히 레이니어 산에 남게 돼 그 개체군이 계속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Forest Service Alaska Regi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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