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금'한 몽골 가젤 구하려면?

  • 권오경 기자
  • 2019.04.14 10:00

'국경 이동통로’ 마련 시급...개발 영향 최소화하는 대책도
“이동 가로막히면 번식.먹이 구하기 어려워 ‘몰락’할 수도“

몽골 동부 대초원 지대에 서식하는 몽골가젤의 모습.(사진 야생동물보전협회(WCS) 몽골 지부)/뉴스펭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몽골가젤’을 위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응용생태학저널’은 가젤이 번식과 월동지를 정해 반복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상황에 맞춰 장소를 바꿔 이동한다는 독일 연구팀의 연구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몽골가젤은 평생 남한 면적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몽골가젤 한 마리가 연간 이동하는 범위는 평균 1만934622㎢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어 1년에 5만㎢ 이상 범위를 다니는 가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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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가젤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이유는 여름엔 번식, 겨울엔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다. 몽골가젤은 여름철 지역적 강우로 풀이 돋아나는 곳에서 새끼를 낳는다. 겨울엔 눈이 적게 쌓여 이동과 먹이 찾기가 쉬운 곳을 찾아다닌다. 2015년 극심한 가뭄 끝에 혹한과 폭설이 내렸을 당시 가젤 무리는 먹이를 찾아 언 강을 건너 300㎞ 이상을 이동했다.

데이드 난딘쳇첵 독일 괴테대 생물학자는 “만일 이런 이동이 가로막힌다면 가젤 집단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몽골가젤 22마리에 위성 추적장치를 붙여 1∼3년 동안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등 장기 현장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추적한 가젤의 80%가 이동 중간 국경에 의해 방해를 받았다. 가젤 서식지 안에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지나고 철조망 울타리가 쳐 있어 가젤의 이동을 가로막은 것이다. 위성추적 기록을 보면, 가젤 한 마리는 울타리에 가로막히자 59일 동안 울타리를 따라 80㎞를 걸어가기도 했다.

난딘쳇첵은 “이 가젤은 절박하게 뚫고 지날 통로를 찾았고, 쉽사리 그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평균적으로는 가젤은 열흘에 걸쳐 11㎞ 거리의 울타리를 따라가며 통과할 길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가젤에게 필요한 자원이 산발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가젤의 이동을 보장할 통로가 마련돼야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들은 적어도 11㎞마다 가젤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가젤의 이동을 가로막는 건 국경뿐만이 아니다. 광산 개발을 위한 철도 등 다른 선형 장애물도 마찬가지다. 몽골에 광산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곳곳에 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몽골 정부는 가젤의 서식지를 관통하는 5683㎞의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냥과 밀렵,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 수족구병 등 질병, 가축과의 경쟁, 개발로 인한 서식지 분단 등도 가젤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물론 이 지역 곳곳에 몽골가젤 보호구역이 설정돼 있긴 하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는 가젤 이동 경로의 8%만을 차지할 뿐이다. 무엇보다 가젤은 광산 등 훼손 지역을 회피했지만, 보호구역을 선호하지도 않았다.

난딘쳇첵은 “몽골 동부의 스텝초원은 가장 온전히 보전된 온대 초원지대 중 하나”라면서 “이곳에 최대 규모의 유제류 집단이 서식하기 때문에 철도, 고속도로, 국경 울타리 등 선형 구조물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개발계획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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