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지워진다, 기후위기 때문에

  • 임병선 기자
  • 2021.05.14 11:31
(사진 Griffith University 유튜브 영상)/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동굴 벽화가 기후위기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호주 그리피스대(Griffith University) 연구진은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고대 동굴 벽화가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아 최근 수십 년 간 일부 손상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연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에 13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앞서 올해 2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위치한 마로스-팡켑(Maros-Pangkep) 유적지에서 동물, 사마귀, 버펄로 등과 비슷한 형태의 동물이 그려진 동굴 벽화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이 벽화는 4만3900년~4만55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로 여겨졌던 유럽 대륙의 것보다도 일찍 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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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기후위기로 인해 소금 결정화가 심해지면서 최근 수십 년 간 벽화가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소금은 물에 녹은 상태로 암석 표면에 침착된다. 물이 증발하고 나면 소금 결정이 형성되는데, 기온 변화에 따라 소금 결정은 팽창하고 수축한다. 이 과정에서 벽화에 균열이 생기거나 암석 표면으로부터 떨어지게 된다.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특정 해역이 주기적으로 따듯해지는 엘니뇨와 차가워지는 라니냐가 발생하는 양상이 강해지고 빈번해지는데, 특히 섬 지역인 술라웨시섬은 이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연구진은 열대지역에서 지구가열화가 평균과 비교해 최대 3배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금 결정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술라웨시 유적의 벽화는 지질학적으로 258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을 나타내는 '홍적세' 시절 남부 아시아 섬 지역(오스트랄라시아)에 살던 초기 인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둘도 없는 자료다. 

연구진은 지구가열화가 심화하면 벽화에 더 큰 손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찾아낸 동굴 벽화는 3D 스캔 등으로 자세하게 문서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굴 벽화는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후위기를 억제하기 위해서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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