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이 남긴 흔적, ‘동물 고고학’ 새 지평 열어

  • 권오경 기자
  • 2019.04.03 16:52

바위에 조개 내리친 독특한 흔적으로 과거 서식지 규명
흔적 복원하면 도구 이용 행위 진화 과정도 알 수 있어

도구를 활용하는 해달의 행동을 통해 ‘동물 고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지평을 열게 됐다.(사진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뉴스펭귄

도구를 활용하는 해달의 행동을 통해 ‘동물 고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지평을 열게 됐다. ‘동물 고고학’은 동물이 남긴 흔적을 연구해 과거 이들이 살던 서식지 및 진화 양상 등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해달은 해양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돌을 도구로 쓰는 동물이다. 돌로 전복을 캐고, 조개껍데기를 깬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해달이 바위에 조개를 내리치면서 남긴 독특한 형태의 흔적을 통해 지금은 절멸했지만 과거 이들이 서식하던 지역을 규명할 수 있다는 독일과 미국 연구팀의 연구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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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통해 동물 고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들은 “고고학은 인류가 남긴 유적 및 유물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해달도 돌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이 유물을 통해 이전 서식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고고학자와 미국 몬터레이만수족관 생태학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해달의 행동과 유적을 연구했다. 해달이 조개를 치면서 바위에 생긴 마모 흔적과 주변에 형성된 조개껍데기 무덤을 참고해 과거 이들의 서식지를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나탈리 우오미니 막스플랑크연구소 고고학자는 “해달이 암반에 내리쳐 깨뜨린 홍합껍데기의 형태를 보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낸 것과는 구별된다”면서 “바위 주변에 쌓여 있는 13만여개의 홍합껍데기는 양쪽이 붙은 상태에서 한쪽 면만 대각선 방향으로 쪼개져 있는 등 매우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안가 암반도 뾰족한 부분이나 길쭉하게 튀어나온 부분만 하얗게 마모돼 있었다.

제시카 후지이 몬터레이만수족관 연구자는 “해달이 남긴 흔적을 복원하면 이들의 도구 이용 행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동물 고고학 발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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